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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기록

나를 섬기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콘텐츠들

by 부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모르겠다' 생각이 든다면, 지난 기간 동안 나의 유튜브 시청기록을 보라고 한다. 혹은, 시청 기록을 이용하여 나의 관심이나 취미를 찾는 방법도 있다. 나의 취미 목록이 내 손 안에서 요동치며 나를 섬기고 있다.


'내가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었나?'


유튜브뿐만이 아니라,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플랫폼들에 나의 관심이 저장되어 쌓이고 있다. 각종 SNS 콘텐츠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언제 이런 것들을 봤지? 네 취향이 이런가?' 'OOO' 님을 위한 추천에서 골라볼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나의 취향과 일치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의 계정에라도 들어가면, 생소하기도 하다. '이런 역사물을 좋아했다고? 의외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점에서도 나의 취향에 맞는 신간 도서 알림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신간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둘러보는 재미도 있지만 가끔 의아할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책을 좋아했다고?'




과연 나를 섬기는 것들은 무엇인가?


내가 무심코 선택한 콘텐츠들이 나를 표현한다는 것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새삼스럽지도 않다. 모르던 사실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 좋겠다.


무엇이 나를 섬기게 하였을까?


얼마 전까지 유튜브 알림을 가장 많이 차지했던 것은 '자녀 교육'영상이다. 각종 입시 정보와 자녀 교육, 학습에 대한 콘텐츠들을 구독하고 오랜 시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러한 영상이 드물게 나타난다. 아마도 제대로 보지 않았던가, 알림을 삭제했던가, 알고리즘에 이야기했을 것이다. 이제 그만 볼래!


책 리뷰와 도서 추천 영상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알림에 보이는 처음 몇 줄로 정보를 얻고 실제로 클릭하여 들어가 보는 것이 많지는 않아서인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확실히 시청 시간이나 클릭률이 떨어지나 보다. 책 소개 자막을 보면,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바로 찾아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한 듯.


지금도 많은 알림을 받는 것은 삼 프로 TV 영상과 팟캐스트이다. 처음 팟캐스트에 론칭할 때부터 구독해서 그렇기도 하고, 한 때 열심히 챙겨 보기도 했기에, 알고리즘에 가장 많이 노출이 되었다 해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요즘에는 영상의 개수가 너무 많아져서 클릭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시청을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 되느라 여전히 알람은 많이 오는 것 같다.


자기 게발 영상 알림도 꾸준하다. 주로 중년 이후의 자기 계발, 건강, 습관 등에 대한 내용이 많다. 아무래도 요즘 즐겨 보았던 영상들이라 그런가 보다. 하지만, 갑자기 너무 잡다하게 뜬다. 내가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인지 클릭하지 않고 알고 싶다.


요리 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1-2분 영상으로 건강 요리를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많다. 몇 개를 보고 나면, 관련 영상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나중에 봐야지 하고, 공유를 이용해 저장해 놓은 영상이 많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요즘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인 콘텐츠이다. 어차피 하지도 않으면서 저장만 해 놓은 건데.


그리고, 사라진 콘텐츠도 더러 생각난다.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을 읽을 때는 이후로도 한참 동안 관련 콘텐츠의 알림이 지속되었다. 강의 영상, 명상, 알아차림 수련 등, 넘쳐나는 콘텐츠에서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김주환 교수님의 강의 영상을 다시 시청할 계획이 있기에, 당분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나의 관심사라고 한다. 나의 취미라고 한다. 외부에서 알려주는 나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하지만, 그 안에 진정 나의 진심이 얼마나 들어 가 있을까 의심이 든다. 나의 한 숟가락 관심이 지속적인 알고리즘을 생성하게 하고, 또다시 나에게 관심을 강요하진 않았을까?


취미로 삼고자 잠깐 생각했던 것들을 나의 특기로 만든 것은 아닌가? 그렇게 나의 장점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내가 원했던 것이 맞을까? 돌아보고 점검해야 한다.


무엇이 나를 섬기고 있는지 돌이켜 보자. 그리고, 무엇이 나를 섬게게 하고 싶은지 영리하게 생각해 보자. 내가 영향받고 싶은 좋은 것을 고민할 시간이다. 무심코 드러 낸 작은 손 짓이 나를 결정짓고 있다. 나의 것인지 의심이 든다면, 이번에는 나를 섬기게 할 것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선택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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