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만으로도 안 되는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의 자취방을 알아보러 대학가 앞에 나가보았어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막내가 큰 형과 같은 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미리부터 구상이 있었지요.
'만약 막내가 형들이 다니는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자취를 같이 하라고 해야겠다.'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나름의 리스크가 있습니다. 중간에 퇴소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거든요. 대학 기숙사가 원하는 학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 두 번째는 열악한 기숙사 환경입니다. 모두 감내하고 감사히 들어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작 생활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중요한 몇 가지가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어떤 곳에 배정될지, 어떤 룸메이트를 만날지 운에 맡기는 수밖에요.
다행히 그동안 기숙사 생활을 잘 해준 아이들이라 무난하게 적응할 것 같지만, 두 명의 기숙사비를 합하면, 함께 쓸 자취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비교적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기숙사 비용은 사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공간이기에 가성비를 굳이 따지면 아주 좋다는 판단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미리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삼 형제 중, 두 명이라도 같은 곳에 다니게 된다면, 집을 얻어주자고요. 그래서 진학이 결정된 후, 나가 보았습니다. 엄청 추워진 겨울날에요.
부동산 책도 조금 읽었고요. 나름 스터디도 조금 했어요. 경매 공부도 시늉은 내봤으니까요. 자취집 구하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요. 적당한 매물 리스트 작성하고, 위치 파악하여 대충의 동네 분위기를 보고요. 해당 공인 중개사 사무실 연락처와 위치를 메모하고요. 어떠한 것을 체크해야 하는지 미리 점검하고요. 이 정도쯤이야...
호기롭게 'OOO 부동산'에서 후보를 찾아 나가보았거든요.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동네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큰 아이가 밥집이 많은 동네라 했는데, 막상 가보니, 웬걸요. 술집이 더 많았어요. 밥집의 기준이 다른 건가? 그래서 일단 열외. 하지만, 교통이 제일 좋다고 하니 미련이 남긴 해요.
그보다 조금 한적한 대로변으로 나와 보았습니다. 이렇다 할 편의 시설은 없지만, 조금 벗어나니 '별다방'도 있더라고요. 이 정도면 위치는 괜찮을 것 같고요. 근처에 매물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갑니다.
"안녕하세요. 학생 두 명이 쓸 자취집 구하는데요."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들이 이런, 이렇게 젊은 청년들이었어요. 이 전에 다녀온 사무실은 조금 오래된 분위기의 퉁명스러운 노인분들이 계셨거든요. 하지만, 화사한 분위기와 친절은 금방 마음이 가게 했습니다. 메모해 둔 것이 다 뭐예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경청해야지!' 뭐 이런 지극히 평범한 자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적당하다고 추천해 주는 매물을 보고 왔어요. 전적으로 만족스러운 집은 아니었지만, 내가 살건 아니라 생각하니 양보할 수 있는 정도의 집이었습니다. 반 정도는 마음이 갔지요.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가격의 흥정입니다. 처음 들은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진 않지요. 흥정을 위해 처음 정가를 내놓고, 다음에 할인을 통해 실제 가격이 결정됩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고요.
대충의 아우트라인을 잡고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하루 만에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잊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OOO 부동산'을 다시 들어가 보았어요. 혹시 더 좋은 매물이 있을까, 기준이 정해졌으니 비교가 더 쉬울 것 같았습니다.
'응? 이거 그 집이잖아?'
같은 매물이 다른 부동산에 나와 있는 거예요.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당연히 복수의 부동산에서 취급하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금액의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이럴 수가, 여긴 더 싸잖아. 뭐지? 차이가 너무 나는데...' 그리고, 다음날 다른 부동산에 전화를 해보았어요.
"사이트에 올려놓은 매물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그리고, 허위 매물이 아님을 확인하고, 다시 문의를 드리려 했더니요. 계속 금액에 대해 얼버무리시는 거예요. "주인 마음이 바뀌어 조금 더 달라고 하네요. 그래도 직접 만나서 마음에 들면 잘해 주실 거예요.",
"관리비로 올려놓은 것은 이 금액이 맞나요?"
"그건 그냥 내가 올려놓은 거야, 이 동네가 다 그렇거든, 주인이 아무 말씀 안 하시면, 없던 것으로 하면 되고."
관심이 있었던 매물의 주인은 노인분이셨어요. 잘은 모르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잘 이용하시거나, 정보를 확인하실 분은 아닌 듯해요. 예전 방식대로 동네 '복덕방'에 아는 사장님께 물건을 내놓으셨겠죠. 그리고 아는 사장님 한 분은 실제 금액보다 높여 올리고,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것 같았고요. 다른 곳은 오히려 금액을 낮추어 놓고, 주인 탓으로 돌리며 설득을 하는 방법 같았어요. 조금 양보해서, 더 쓰고 들어가라는 설득을 할 요량이었던 것 같아요.
제일 궁금한 것은 해당 매물의 주인은 얼마에 내놓으셨나 하는 거예요. 이렇게 확인을 하니, 어느 것도 정가는 아니었거든요. 주인이 정해 놓은 정가는 얼마였을까? 깊어지기 시작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파악이 되니, 일단 한 발 물러나야겠다 싶어서, 관심을 잠시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하는 생각을 되풀이하고 있어요.
'인연이면 이어질 거고, 아니면 없어질 거고.'
'순리대로 해결하자' 생각하다가도, '조금 더 설득하고 애쓰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늘 공존합니다. 이 모두 게을러지는 겨울날을 지내는 변명일 뿐이지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공개되는 정보를 가지고 장난을 할까?' 싶다가도요. '나 같은 호구가 있으면 그 장난은 계속되겠다'는 웃음이 나오네요. 그날 마음 같아서는 가계약이라도 하고 싶었거든요. 너무 추워서요. 다행히 호구를 면했으니, 다시 정신 차리고 나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