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를 허하라

마음속 '빈 둥지'까지

by 부키

"수고하셨어요!"

"축하드려요!"

"우리도 정말 수고했네요!"



온갖 덕담이 오가는 그곳, 졸업식장입니다.



막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어요. 마지막 세리머니로 발을 구르고, 졸업모를 힘껏 던집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가지고 살았을 무게와 압박을 해방시키는 의식입니다. 학생들은 힘차게 발을 구르며, 환호성과 함께 손을 뻗더라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님들, 그리고 선생님들, 그들의 노고와 더불어 함께 애쓴 우리 모두를 격려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는 것은 다른 학령기의 졸업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과정보다 더 광활한 무대가 펼쳐짐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 실감은 못하겠지요. 졸업 후, 바로 진학을 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다른 것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멈출 친구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크게 기뻐하거나 요란하게 축하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진학이 결정되지 않은 친구들을 배려하며 조심하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축하받아 마땅하지요.

지난 3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어두운 한 밤에 기숙사 앞을 걷고 있는 처진 어깨의 사진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집을 떠나 사는 아이들의 일상을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시시콜콜히 이야기를 해주는 자식이 아니라면 더 그럴 거예요. 띄엄띄엄 묻게 되는 안부와 그 비어있는 시간 속의 일상은 짐작만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집을 떠나 10대의 후반을 보낸 아이들이 집으로 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독립시키면서,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것을 겪는다 해요. 내가 만든 둥지 안에서 키우던 새끼를 내 보내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일찍 겪은 부모들은 오히려 다시 둥지를 지어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시 삼시 세끼를 해줘야 하는 거예요?"

"빨래는 얼마나 늘어날지..."

"잔소리가 다시 늘겠어요."

"맨날 집에 늦게 온다고 싸우지 않을까요?"



농담반, 진담반, 우려와 기대가 뒤섞여 있습니다. 일찍 집을 떠나게 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분은 집으로 돌아 올 아이를 위한 시간을 미리 계획 중이셨고요. 방학의 전쟁을 기억하는 분들은 적당히 포기하고 내려놓을 준비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마음속에는 '진짜 빈 둥지가 되기 위한 다짐'이 함께 있었습니다.



2인삼각이라고 하는 입시를 무사히 마치고, 어엿한 성인이 될 아이들을 기쁘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야말로 '진짜 보낼 때'가 되었음을 잘 알고 있어요. 잠시 둥지로 돌아 올 아이지만, 둥지에 머물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많이 커졌습니다. 부모의 둥지는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하기로 합니다. 잠시 돌아와 쉬었다 가는 그 정도의 역할이에요.



그래서 다시 '빈 둥지'가 될 준비를 합니다. '진짜 빈 둥지'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마음속에 '빈 둥지를 허락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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