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취집 구하기

우선순위 따위...

by 부키

드디어 지난 주말에 자취집 계약을 하였습니다. 막내의 진학이 결정되면서 그 주말 크리스마스 연휴부터 알아보러 다녔어요. 주말에도 나가고, 평일 오전에도 나가고, 형제가 함께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투룸을 구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돌아봤어요. 지난 글에도 썼듯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았지만, 이후 과정에서 호구가 될 뻔했다는 것을 알고, 접었지요. 그 후로 다른 '괜찮은' 물건을 두 개 정도 후보에 올렸어요. 하나는 계약 의사를 전했더니, 임대인이 임대가격을 올리시더라고요. '아니, 뭐 이런 경우가...' 그래서 또 접었지요.



수요도 많고, 공급도 많은 그런 지역입니다. 단순히 신입생들의 수요만 있을 거라 생각하고,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장에 나가보니 몰랐던 것이 많더라고요.



첫 번째 수요는

기숙사에서 나와야 하는 재학생들입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기숙사의 많은 물량을 신입생에게 배정합니다. 일 년을 기숙사에서 지낸 재학생은 거주할 곳을 새로 마련해야 합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종강이 되면 집을 알아보러 나온다는군요. 또한, 그동안 기거했던 기숙사가 너무 낡은 경우, 신관으로 배정되지 않으면 기숙사를 포기하는 인원이 많다는 것입니다. 재학생들의 기숙사 배정이 연말에 있었어요.



두 번째 수요는

직장인들입니다. 직주근접을 가장 선호하는 요즘 직장인들은 본가에서 독립하여 지내는 경우가 많지요. 그럴 나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상업 지역은 주거비가 매우 높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하철 이용이 수월하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학가를 선호한다는군요. 그래서 일까요? 투룸 자취집은 대부분이 직장인들이 살고 있더라고요.



세 번째 수요는

그야말로 집을 구하는 젊은 세대입니다. 신혼부부, 혹은 1-2인 가구의 수요이지요. 이들은 집을 새로 구한다기보다는 이동의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조건이 좋은 혹은 월세가 저렴한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함이에요. 그들의 계약기간에 의해 조정되는 것이라, 이렇게 시즌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어요.



연말에는 재학생 수요,

1,2월에는 신입생 수요

새롭게 발령을 받은 직장인, 신입 사원 등


비수기라 생각되는 연말, 연초, 그리고 1,2월이 자취집을 구해야 하는 가장 성수기라 합니다.



지역을 잘 모르는 엄마, 아빠는 막연히 학교에 다니기 가장 좋은 곳을 1순위로 생각했어요. 대충 지도에서 보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나간 것이죠. 하지만, 막상 가보니 학교 가까운 곳에는 다른 것도 많았습니다. 물론, 원룸 건물도 많았지만, 소위 말하는 'OOO길'에 걸맞은 구조였어요. 먹고 마시는 곳, 놀며 즐기는 것, 오랜만에 나가 본 대학가는 부모가 생각한 거주 환경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학생 자취집 알아보려 하는데요?"

가까이 보이는 공인중개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 봤습니다.

"예약하셨나요?"



십여분이 계시는 사무실은 밖에서 보기와는 많이 다른 곳이었어요. 엄청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기업 같은 분위기, 어쩐지 매물이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그리고 예약을 안 하면 원활한 상담을 항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난감해하는 저희를 보시고, 어떤 여자분이 나오셨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안내와 물건을 소개받았습니다. 여러 개를 보았지만, 저희가 원하는 기준과는 너무 달랐어요. 제대로 이해를 못 하신 눈치입니다. 아마도 신입 직원정도 아닐까... 이런 우려가.



그렇게 집으로 들어온 날, 큰 아이가 지도에 정리를 해 줍니다. 지역별 특징과 장, 단점을 설명해 주었어요. 어느 정도의 가이드를 만든 것이지요. 그리고 우선순위를 두기 위해 'OOO 부동산'의 매물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은 주소도 확인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에요. 로드뷰가 있으니 인근 지역의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매물이 있으니, 사전에 작업이 필요하더라고요.



1. 플랫폼의 부동산 매물 검색 조건을 입력한다.

2. 원하는 지역의 매물을 정리한다. (물건 번호를 아는 것이 편합니다.)

3. 물건의 위치, 로드뷰, 해당 부동산을 정리한다.

4. 최종 후보와 우선순위를 정한다.

5. 공인 중개사 사무소에 예약한다.



처음 몇 번의 경험으로 나름의 매뉴얼을 만들고요.

이후에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하여 애썼어요... 물론 마음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유동적인 상황이 너무 많아요. 임대인의 마음이 바뀌는 것, 가보니 그 물건이 없어졌다 하는 것, 등등.. 등등등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원하는 기준과 부모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축을 원한다 해요. 그럴듯하게 꾸며 놓은 자취방에 대한 로망? 특히나 신입생들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공인 중개사 분들이 전해주는 말씀을 들으니, 신축의 경우 관리비도 10만 원 이상 비싸고, 대기도 많다 합니다. 당연히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함에도 들어가려 한다는군요. 새집에 살면 좋긴 하겠지요^^



월세, 특히 학생들이나 직장인을 상대로 임대를 한 집에는 옵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가전과 인터넷, TV 등의 사용을 위함이에요. 이러한 명목으로 관리비가 책정됩니다. 건물 청소, 공동 전기 등의 기본 관리비 이외에 부가가 되는데요. 차이가 큽니다. 기본 관리비는 대략 3-5만 원 선이고요. 임대료와 별도이지요. 옵션이 잘 갖춰지면 10-15만 원 정도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보증금과 월세 전환율이 5%라고 하거든요. 관리비 10만 원이면 보증금 2천만 원을 더 내는 것이지요. 요즘은 전세에 대한 불안이 높기 때문에 보증금을 많이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협의 하에 조정이 되기도 해요. 오래된 집은 아무래도 물건에 잡힌 근저당이 적어요.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축은 아직 근저당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보증금 대출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혹은, 불법 개조한 건축물이던가, 용도가 주거가 아닌 경우도 있어요. 이런 물건들의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보증금+월세+관리비 = 시장가

잘 따져서 비교하니, 시장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이상하게 싸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일단 매물로 나온 것들은 지역이 반영하는 적정한 가격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나만 비싸게 들어가나?'의 우려는 접어도 되는 것이라 안심이었습니다. '운 좋게 싸게 들어가네!' 이런 행운을 바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했습니다.


거리로는 가장 멀고요.

신축도 아닙니다.

옵션이 있지도 않은 그런 집이에요.



우선순위는 왜 정했을까요? 따르지도 않으면서요.

아이들에게 집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사진으로 보여주었어요. 까다롭게 주거 환경을 따질 만큼 세심한 녀석들이 아니라서요. 아마도요.



두 번을 둘러보고 정한 집은,

우선 임대인이 정확하고, 좋은 분이었습니다. 무리해서 임대를 하려 하지 않는 어르신이었어요. 다른 층의 세입자들이 매우 조용한 분들이었습니다. 경사진 곳이 아니라는 이유도 컸어요. 집 앞에 편의점과 빨래방이 있어요. 작은 공원도 있습니다 조금 내려가니 오래된 대중 사우나가 있어요. 그냥 동네입니다.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동네. 마침 살고 계신 신혼부부가 쓰던 가전을 중고로 거래하기로 하셨습니다. 많은 것들을 나누어 주신다고 하고요.



역시,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잘 적응해서 살아라!'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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