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작년의 '다행 수집'연재를 마무리 하고, 한 동안 뜸하게 들르던 브런치에서 지속적인 알람을 받고 있어요. 대부분의 많은 작가님들도 그러하시지요? 글쓰기가 뜸해지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브런치의 부름입니다
잠시 쉰다고 글쓰기를 놓은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곳에서 쓰고 있어요. 물론 브런치의 글보다는 훨씬 간결하고 적은 분량이에요. 다시말해, 가벼운 글쓰기를 하면서...'나는 계속 글을 쓰긴 한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쩐지 쑥스러운 글쓰기였어요.
마침 또 한번의 알림을 받고, 이제 다시 브런치로 돌아올 계절이구나 느꼈습니다. 그리고 요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기로 해요.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독서'입니다. 어쩌면 '책'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며칠 사이에 중고 도서로 10권의 책을 들였거든요. 예전 식물을 모을 때처럼, 더 옛날의 우표 수집과 같이 모으기에 집착한 취미가 되지 않도록 애쓰는 중입니다. 열심히 읽고 있어요.
나의 독서 인생이라고 제목을 지어놓고 가만히 생각해봐요.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을까? 독서가 어떤 의미였을까 하고요.
처음 독서 경험은 취학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1970년대의 아침입니다. 부모님이 10원, 20원의 동전을 주시면 만화방으로 갔어요. 동네 꼬마들이 연탄 난로 주위에 모여앉아 만화책을 열심히 봤어요. 아마 '뽀빠이' 같은 책이었던 기억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글을 뗍니다. 자발적 동기가 강한 배움이었지요. 다른 책도 읽고 싶었으니까요. 책이 귀했던 시절이었을거예요. 다행히도 초등학교(실은 국민학교)에 입학 하고 명작 전집류의 책을 사주셨어요. 열심히 읽었습니다. 엄청 재미있었거든요. '비밀의 화원', '소공녀', '소공자' 등의 책을 무척 좋아했어요. 지금도 집에는 같은 제목의 책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샀지만, 엄마가 읽고 싶은 그 책들이요. 그리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가 함께 한 시절이에요.
중학교에 입학하고 다시 눈 뜬 '만화가게', 학교 근처에 있던 만화 가게의 단골 손님이 되었습니다. 단골이 되었다는 것은 가게 아저씨가 신간의 우선 순위를 주신다는 의미지요. 신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어요. 걸출한 순정 만화가, 황미나, 신일숙 등의 작가들의 전성기였어요. 시리즈 이름도 줄줄 댈 수 있어요. '아르미안의 네딸들', '미스터 블랙', '베르사이유의 장미', '유리가면' 등.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시리즈가 있으니 'OOO 로맨스'. 내 돈들여 사긴 아까운데 친구가 산 책은 어김없이 빌려 보고 싶었던. '비바람 속 레트의 셔츠가 젖어들고, 질투의 열기가 멀리서도 전해진다.'같은 문장들... 아직도 그 느낌이 기억납니다.
이렇게 써보니, 마치 독서의 시작과 전개가 온통 만화와 로맨스물 같은데요. 하지만 저를 서점으로 이끈 것은 다른 책들이었어요. 우선은 '학원물'이라고 했던 얄개문고가 있어요. 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우리끼리는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와 더불어 만나게 된 문학들이 있었어요. '좁은 문', '데미안' 같은 책을 함꼐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잊어버렸지요. 한 때 동네 서점의 일등 손님이며, 서점 주인이 장래 희망이었으면서요.
대학에 입학하니 어마어마한 장서의 도서관에 압도됩니다. 마침 소설을 좋아하시던 친정 어머님의 요청으로 도서관 800번대를 열심히 훑고 다녔어요. 온갖 추리물, 무협지, 한국 소설, 외국소설 등, 재밌어 보이는 책은 대출 권수를 가득 채워 집으로 열심이 날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호회에서 독서 토론을 시작해요. 그 때에는 모여서 마땅히 할 것이 없으면 독서 토론을 했습니다. 가장 수월하고, 시대를 읽는 대학생의 도리같기도 했어요. 시대 고발적인 책들, 지식인이라면 읽어야지 했던 선배들의 권유, 80년대 끝자락의 대학생들이 읽을 법한 책들을 열심히 읽으며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하는 줄 알았어요.
학년이 높아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오직 전공책과 논문,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알바로 채워지는 시절이 빠르게도 흘러갑니다. 겨우 '이상문학상 수상집' 정도를 꾸준히 읽은 정도네요.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독서는 아주 실용적으로 바뀝니다. 책에서 방법을 찾기 위한 독서였어요. 자기계발서, 육아서, 부모 교육서, 학습서, 자녀 교육서, 재테크 도서 등,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나름 의미가 있었다 생각해요. 필요했고, 절실했거든요.
그리고 어느 날 EBS 라디오에서 낭독해 주는 단편 소설을 한 권 듣게 됩니다. 그동안 묵혀 두었던 책에 대한 새로운 애호가 살아남을 느꼈어요. 중간부터 들은지라 책 제목도 모르고요. 끝까지 듣지 못해 결말도 몰랐던 책, 하지만 내용은 너무 인상깊었어요. '어떤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고생하는 이야기'였거든요. 하지만, 그 때 뿐. 많은 이들의 변명처럼 치열한 일상은 예전 애서가의 모습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펜데믹과 친정 어머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신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맥 없이 시간만 지내며 아무런 의욕도 노력도 보이지 않던 제게 '아끼던 책박스'가 기억났습니다. 좋아하고, 아끼는 문학책만 모은 이삿짐 박스를 분실했음을 알았어요. 몇 년을 관심도 없이 있다가요. 없어진지도 모르고 지냈으면서요.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정리하고 꺼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새벽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젠 매월 10여권의 책을 읽고, 다양한 모임에 참가하고 운영하는 독서가가 되어있어요. 물론 자칭 독서가입니다만.
독서 전용 달력도 있고요. 온갖 독서템들로 책상이 어지럽습니다. 책을 쌓아둘데가 없어 늘 고민이고요. 가장 큰 변화는 가족들의 시선이에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던 아들들도, 이젠 엄마에게 하는 선물은 대부분 독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책 좋아하고 많이 읽는 엄마에게 존경의 눈길도 느껴지고요. 남편 역시 덩달아 '나도 책을 읽어야지' 얘기합니다. 아니, 노래합니다. 그냥 노래만요.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서 읽은 것 같아요. 중년에 접어든 귀분인들의 한결 같은 취미는 '책을 읽고, 수를 놓고, 차를 마시는 모임을 하는 것'이라고요. 그닥 좋은 의미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소일거리가 없어서 대체하는 의미 아닐까요? 뭐, 그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독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미래 지향점을 갖으려 해요. 그것은,
'고급 독자'가 되는 것입니다.
미래의 독서 인생에 대한 큰 그림은 다음에 소개할께요.
아마도 많은 분들의 고민이 담겨있을 거라 생각해요. '읽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열의는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