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머그잔에 마셔야...

비가 오니 그 맛이 더하다.

by 부키

대부분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혹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넓게 봐서,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작가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커피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오랜 기간 커피를 마셔 오면서 변하지 않는 느낌이 있으니.


커피는 머그잔에 담아야 제 맛이 난다는 지론이다. 그것도 묵직한 도자기 머그잔에.


텀블러를 생활화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일회용 컵을 대체하기 위함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가면 일회용 컵 보증금 300원을 더 내야 한다. 너무 아까운 돈이다. 나의 앗차 실수로 텀블러가 없을 때는 그곳에 들어가기가 주저해진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한 곳을 즐겨 찾지는 않기 때문이다.


평소 자주 쓰는 컵을 모아봤다. 머그잔 두 개, 스텐 잔 한 개, 텀블러 한 개. 모아놓으니 별다방 성애자쯤의 컬렉션이다. 하지만, 이 모든 잔들은 선물로 받은 것이다. 커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니 받는 선물도 비슷하다. 물론 너무 좋아한다. 쓰기에 적당하고, 그 쓰임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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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먹는 아메리카노는 머그잔에 마신다. 가장 많이 사용한다. 뜨거울 때 마시기 시작해서 다 식은 커피까지 마시게 되는 것이 좋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뜨겁거나 차갑거나의 둘 중 하나가 아닌, 적당히 식은 것과 적당히 차가운 것의 온도도 느낄 수 있다. 의외로 커피의 맛이 더 진할 때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분명한 색깔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것, 저것 중 명확히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 나 같이 우유부단하고 다 좋아 보이는 성향의 사람은 참으로 난감하다. 이것도 의미 있고, 저것도 의미가 있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도 좋고, 가끔 마시는 아아도 좋지만, 그 중간쯤의 커피도 좋은 것처럼.


별다방의 검은 스텐컵은 우유를 넣는 카페올레를 먹을 때 사용한다. 부피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에 커피를 넣고 (이 때는 주로 카누 같은 스틱 커피), 적당히 우유를 넣는다. 가끔 꿀을 넣을 때도 있다. 피곤함으로 커피를 찾게 되는 때가 그때이다. 많이 마시고 싶진 않기에 보다 적은 컵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바닥에 고무 패킹이 되어 있어 책상에서 쓰기 좋다. 검은 잔이라 우유가 들어간 밀크 커피색이 잘 어울리기도 한다. 꽤 괜찮은 조합이라 생각한다.


별다방 머그컵을 사용하는 것은 나의 머그컵을 다른 누군가 쓰고 있을 때다. 분명 나의 전용 컵으로 하고 싶지만, 또 그걸 가져다 쓰는 사람이 있다. 요거트를 담아 먹기도 하고, 굳이 그 컵에 물을 마시기도 한다. 에잇. 그럴 때는 흰 머그컵을 사용하게 되는데, 가끔은 컵을 바꾸는 것도 기분 전환이 된다. 별다방 커피가 맛있긴 하지만, 자주 가진 않는다. 내가 그곳에 가는 경우는 쿠폰이 있거나. 누군가 같이 가자고 할 때이다. 대부분 기프트콘과 할인 혜택 등을 사용하기 위해 가게 되니 주문부터 수령까지가 조금 번잡하다. 이 쿠폰 결제하고, 다른 혜택 추가하고, 텀블러를 가져가면 개인컵 400원 할인이 있으니 100원 추가로 사이즈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받고자 하는 사이즈가 뭔지 물어보는 직원에게 바로 답을 못하는 망설임이 있다. 그래서 혼자 갈 때는 미리 계획을 세우고 간다. 어떤 것을 사용해서 최종 어떤 사이즈를 받고, 추가 금액을 어떻게 결제할 것인지. 에잇.


그래서 나는 동네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미미하지만, 자본이 골고루 분배되길 바라는 마음과 더 친절한 그곳의 주인장이 편하기 때문이다. 단골로 정하고 가진 않는다. 새로 생긴 곳에 들러서 커피 맛을 보는 기쁨이 있다. 이렇게 궁금하고 호기심 있는 일상은 소중하다. 요즘은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곳이 많다. 때에 따라 다른 커피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도 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하는 카페에도 자주 들르려 한다. 커피 맛은 덜 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그런 곳이다. 잘 버티시길 바라는 마음. 나도 나중에 키피를 함께하는 북카페를 하려는 소망이 있기에 더하다. 그렇다고 바리스타가 되고 싶지는 않고, 커피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다. 경험 상, 공부가 되면 취미의 순기능을 많이 상실하게 된다.


텀블러는 새벽 기상 후 음양탕을 마실 때 주로 쓴다. 적당히 뜨거운 물을 넣고 차가운 물을 넣기에 사이즈가 적당하다. 그날 기분에 따라 뜨거운 물의 양이 결정된다. 기분보다는 즉석에서 정해지는 양이다. 어떤 날은 보다 따끈하고 어떤 날은 보다 미지근하다. 그나마 온도 유지가 잘 되니 어느 정도는 음양탕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사용한다. 외부에서 약속이 있을 때도 잘 가지고 간다. 내 컵을 가지고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쉬운 것은 뚜껑의 고무 패킹이 어긋나는 것이다. 이제는 뚜껑 덮는 것을 포기한다. 그래도 자주 가지고 다니는 텀블러이다.


커피는 하루에 두 잔까지로 제한하기로 다짐했다.

오늘은 참기 어려운 날이겠지만, 그래도 참아본다.

참고 기다린 뒤에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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