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에게

친정이 있다는 것

by 부키

"엄마, 내가 진미채 무침 해봤는데요. 엄마의 레시피를 미처 못 배웠잖우? 그래서 '심방골 할머니' 레시피를 참고했고만요. 맛이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신기한 것은 나의 혀가 그 맛을 알아본다는 것. 적절히 가감해서 얼추 흉내는 내겠더라고요."


동생 내외가 귀국을 하였어요. 아주 오랜 기간 타지 생활을 했던 그들에게 한국음식을 잘해주고 싶었지만, 솜씨가 별로라서요. 아니, 미처 배우질 못했다고 감히 변명을 해 보는데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 제부는 막걸리에 빨간 진미채 무침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나 장모님의 음식은 뭐든 좋아라 하는 사람이라 한국에 오면 그 맛이 더 그리웠을 거예요.


"해 줄 수가 없으니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보지도 못하겠다." 농담 반, 진담 반,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환영식은 밖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했었어요. 우리 모두 누구도 '박여사님의 솜씨'를 흉내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엄마들은 딸이 워킹맘이 되면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주시지요. 특히, 손주 돌보기, 집안일 챙겨주기 등등, 박여사님은 특히나 음식솜씨가 좋으신 분이셨기에 온갖 밑반찬을 비롯한 각종 잔치 음식까지 늘 공급해주셨어요. 그렇게 자손들의 입맛만 고급으로 만들어 놓고 갑자기 손을 놓고 가셨어요.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지금은 "그때 못 배운 것이 아쉽지만, 잘 배우면 자꾸 해야 하니까, 고생하지 말라는 의미로 가르쳐 주지 않으셨나 보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엄마의 흉내를 내면서, 아니 애써 기억을 더듬어 진미채 무침을 해보았어요. 친정이 있다는 의미가 이런 것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작고 소소하지만, 기억해 주고 알아주는 친정이 있다고 동생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거예요. 나이가 들어 타인에 의지하지 않고도 생활을 잘 꾸려 나갈 성인이 되었지만, 여자에게 친정은 없으면 그만인 그런 존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있다가 없어져 보니 그렇더라고요. 명절에 시댁이냐 친정이냐를 따질 나이도 아니고, 친가, 외가를 배우게 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무심하게 흘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의지 할 수 있는 친정이 있다는 것, 친정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은 결코 작은 울타리는 아닐 거예요. 우리 마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지요.


그래서, 잘 못하는 진미채 무침을 기어이 하고, 좋아하는 부추김치를 오이를 곁들여 만들어서 주었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았죠. 서로에게 친정이 되는 사이가 되어야겠다고. 작지만 끈끈한, 소란스럽지 않은, 화려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마음이 담기는 또 하나의 공동체, 우리끼리 친정이요.


'다정한 기록을 건네는' 작가 리니님의 다이어리 북이 나왔어요. 책 제목은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탐구일지입니다. 나의 엄마를 탐구해 보는 시간을 위한 책이에요. '엄마를 회고해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책을 구매했는데요. 막상 쉽지는 않습니다. 첫 기록이 '우리 엄마를 소개하기'인데요. 돌아가신 분을 소개하는 것은 추억과 추모의 의미를 갖는지라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 나 혼자 몰래 써서 간직할까 싶기도 합니다.


아니면,


'나를 탐구하라고 아들에게 줄까?'라는 아주 합리적인 생각을 하면서...

바로 포기하게 되지요.



직접 여쭤 볼 수는 없으니, 제 마음대로 써야겠습니다.

제 마음대로 쓴다는 것은 저 혼자 보겠다는 마음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시작을 못해도 할 수 없고요.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은 알 수 있을 거예요.


이제 곧 어버이날이 돌아옵니다.

마음을 표현하고 간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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