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내 인생을 더 잘 살기 위한 다짐
죽음은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마지막 과정임을 배웠다.
지난 시간에 대한 회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작가에게 남은 시간을 살아내는 의미를 배웠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고백은 그렇게 나의 시간을 점검해 보는 가르침이 되었다.
의사로,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살면서 나는 늘 의무와 책임감에 치여 어떻게든 그 모든 역할을 잘해 내려 애썼다. 나 아니면 모든게 잘 안 돌아갈 거라는 착각 속에 앞만 보며 달려왔고, 그러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놓쳐 버렸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도, 환자를 돌보는 성취감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닦달하듯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이 땅의 대부분의 워킹맘들은 비슷한 생각을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교육' 탓일까, '그런 환경' 탓일까. 그러지 말자.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있다. 똑같은 12년이라도 그 결과가 확실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내가 2001년에 2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뿐일 수도. 삶의 진실을 깨닫는 것은 언제나 한 발 늦는 경우가 많다. 반보만 빨랐어도...그래서 적극적으로 진실을 찾아야 한다. 매우 가까운 곳에, 단순하게 존재한다.
완벽주의를 포기한다고 해서 절대 삶이 무너지지 않으며 , 오히려 삶을 더 즐기면서 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삶에는 늘 빈구석이 많았고, 그 빈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내가 가려는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발을 쳐다보며 일단 한 발짝을 떼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끝이다.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시작해 보는 것. 이곳을 출발점으로 인지하는 것. 오늘 그곳에 도달하지 못해도, 내일은, 일 년 후에는 도착할 것이다. 방향을 잃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한 발짝을 내딛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말로 완벽하다.
행복은 오히려 덜어냄으로써 찾아온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는 것. 나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를 포기하는 것.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된다는 규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와 세상을 똑바로 보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비우고, 덜어내고, 포기하고, 벗어나는 것. vs 채우고, 얹고, 규정하기. 나의 방향축의 전환. 인생을 규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가. 더구나 타인의 인생을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 그럼에도 기본이 되는, 핵심 원칙이 되는 규정은 필요하다. 내 인생의 방향키는 있어야 하지 않나.
나이 듦으로 인한 상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다. 그러나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뿐이다. 내가 의미 있게 써야 할 시간, 내가 더 사랑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40대에는 나이 드는지 모르게 살았다. 여전히 치열했고, 스스로의 책임에 매여 있었고, 열심히 사느라 50이 넘어서 비로소 상실과 버티는 것의 의미를 알아간다. 그리고 여전히 채워야 한다는 것도.
더 많은 실수를 저질러 볼 것이다.
실수에 관대해지기는 아니다. 실수와 실패를 구별하기. 시도해 보기.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알면 두렵지 않다.
상처를 입더라도 더 많이 사랑하며 살 것이다.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 상처도 오래간다. 내가 먼저 단단해져야 한다.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아이는 아이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그것뿐이다.
한 번쯤은 무엇에든 미쳐볼 것이다.
개인의 정도 차이를 인정하자. 누구나 최선을 원한다.
힘든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않을 것이다.
유머와 긍정의 힘은 지나침이 없다.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다. 누구의 믿음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죽음 앞에 겸허해진다. 아직은 두렵지만...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두려움이다.
가르침이다.
이어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