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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Sep 24. 2022

"아들 엄마의 로망이 뭔지 알아?"

그래서 제가 해봤습니다. 


 



"자기야, 아들 가진 엄마의 로망이 뭔지 알아?"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분께서 뜬금없이 물어보신다. 그 댁 역시 아들 형제를 키우는 중이다. 


"아들을 서울대 보내서, 엄마가 등굣길에 같이 가는 거야~"


음?


자세히 들은 내용은 이렇다. 


1. 아들을 서울대에 보낸다. 

2. 대학 입학 전에 면허를 따게 한다. 

3. 아침 등교 때 엄마 차를 운전해서 학교에 간다. 

4. 엄마는 옆좌석에서 우아하게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5. 아들을 내려주고, 엄마는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건 아들뿐만 아니라 딸을 가진 부모에게도 유효한 바람이겠는 걸?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1번을 수행하는 허들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이것만 통과하면 다음 단계들은 못할 것이 없겠다. 난이도 만렙인 1번 허들에 도전해 보자.  1-2년 계획으로는 가당치도 않겠다. 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 기간을 2년씩 2개의 중기 계획으로 세워본다. 준비 기간도 필요하겠다. 초등 시절을 잘 보내는 것이 우선이었겠구나.' 


그렇게 플랜을 짜고, 

하늘의 도움도 받아 1단계 허들을 넘었다. 

(플랜을 짜긴 했던가? 기억나는 것은 몇 개 없다.) 


2. "입학 전에 면허 따면 좋을 텐데? 엄마 차가 오래되긴 했어도 잘 굴러가." "학교까지 너무 멀어서 그냥 가기에는 힘들걸? 기숙사도 바로 될 것 같지 않은데...", "춥기 전에 진즉 딸걸... 지금이라도 하는 게 어때?"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 공허한 엄마의 요청. 결국 면허 없이 새내기가 되었다.  2번 허들은 실패!


3. "너무 늦을 것 같으니, 데려다줄게.. 1교시 수업을 어떻게 들어갈래?" 출근 시간에 나가는 버스가 지옥 버스이고, 지하철은 사람이 너무 많고, 학교까지 들어가는 셔틀 타는 것도 오래 걸리고, 이렇게 험난한 길을 아침에 가려니 너무 힘들겠다. "엄마가 데려다줄게~", 텀블러에 커피를 타서 함께 집을 나선다. 출근 시간이라 올림픽 대로는 너무 밀린다. 그래도 다른 길은 잘 모르겠다. 관악구 같이 오래된 동네는 골목길이 많아서 내비게이션도 매번 다른 길을 안내한다. 언덕을 오르내리고, 몇 번의 골목길을 빙빙 돌아 익숙한 길로 나오면 시간이 한참 지나있다. 다음부터는 그냥 내가 아는 큰길로 다녀야겠다. 아침에 엄마 차로 학교에 가긴 했다. 운전을 엄마가 했을 뿐. 역할이 바뀌었지만, 3번 허들은 간신히 넘은 것으로 한다. 


4. 아들은 옆좌석에서 세상모르고 잔다. 언젠가부터 차만 타면 자게 되는 습관이 들었다. 엄마 차는 아이들의 휴식공간이다. 잠도 자고, 밥도 먹는다. 몇 년간을 그렇게 잘 이용하였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같은 용도로 엄마 차를 타다니... 뭔가 이상하다. 나의 로망은 아들과 함께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면서 어른의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계속 잠만 잔다. 엄마는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도 못 듣고 아들을 재운다. '달라진 게 없네...' 샤로수길이 나오면서 아들을 깨운다. 교내 통행은 15분 안에 나오면 주차료가 면제다. 얼른 건물 앞에 내려줘야지 생각한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쯤 되면 허들을 넘었는지가 의미가 없다. 젠장...


5. 장거리 운전이다. 집에 까지 가려면 또 그만큼 운전해야 한다. 이럴 때 챙겨야 하는 것은 화장실이다.  둘러봐도 화장실이 보이지 않는다. 건물에 들어갈 수도 없다. ID 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저만치 걸어가는 아들을 불러 세운다. "엄마 화장실 가려는데 어디로 가야 하지?"  화장실을 해결하고 집에 가려니 다시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일찍 서둘러서 졸리기도 하고. "커피 한 잔 사자." 학생이 사면 할인이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커피는 네가 사라!" 커피를 받아 들고 얼른 차에 오른다. 아뿔싸 15분 안에 나갈 수가 없겠다. 넓긴 넓다. 집에 오는 길도 만만치 않다. 내가 아는 길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린다. 제대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몇 번 헤매다가 겨우 올림픽대로를 탄다. 이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빨리 기숙사가 되어야겠다.'

 

다행히 기숙사가 금방 되었다. 그리고 시간도 많이 흘렀다. 학교 앞에 지하철역이 새로 생겨서 더 복잡할 거라 생각된다. 이제는 그곳에 자주 가지 않는다. 기숙사 짐 들어갈 때, 나올 때 정도... 전달해 줘야 하는 것이 생기면 중간에서 만난다.  우리의 접선 장소는 '삼성역 7번 출구'이다.  이젠 그마저도 요령이 생겨 접선할 일이 거의 없다. 아이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말에 집에 잘 온다. 원래 그럴 수 있었던 것을... 괜히 엄마의 로망을 시현하기 위해 서로 허튼짓을 했다. 


로망은 상상으로 남겨 두는 것이 우아한 것이었다.  



<로망을 실현하고픈 엄마들을 위한 팁>

외부 매장이 들어와 있는 건물은 일반인도 출입이 가능한 곳이 있다. 예를 들어 BBQ가 있는 건물.

낙성대로 나오는 길에 가족용 기숙사가 있는 구역이 있다. 이곳에 신한은행 출장소가 있고, 앞에 잠시 주차 가능하다. 은행일도 보고 여유도 찾을 수 있다.

주차료 면제를 받으려면 들어간 곳으로 나와야 한다. 다시 말해 정문으로 들어가서, 후문으로 나오면 면제가 되지 않는다. 







 



Photo by Ruben Hutabara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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