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알려줘야 느낄 수 있는 맛
가끔 아이들이 소소하게 기념품을 챙겨 줄 때가 있어요. 아들 녀석들이라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차리는데 까지 엄마인 저의 노력이 들어갔음은 너무 당연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엄마의 취향을 알아서 잘 선별해서 가져옵니다.
작년에 큰아이가 장학재단에서 받은 블루투스 키보드예요. 키보드보다 대학 4년 내내 장학생의 신분을 유지했다는 것이 더욱 고마운 일입니다. 학점 기준으로 1차로 학비가 지원되고, 학업지원비(생활비)도 받을 수 있는 기준 학점이 별도로 있습니다. 이공계 대학생 장학금 중에서 가장 좋다는 대통령 과학장학금은 두 개의 기준 학점을 넘어야 하고, 1년에 30시간 이상의 봉사를 해야 합니다. 학점과 봉사의 조건을 충족해야 다음 해의 장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학비 면제와 생활비 250만 원을 매 학기 받게 되면 1년에 천만 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게 됩니다. 학생의 통장으로 직접 지원되는 거라 사실 엄마로서는 실감은 크게 안 나요. 하지만, 대학 등록에 신경 쓰지 않고 4년을 지냈으니 이것만도 큰 효도받았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기념품으로 나온 키보드는 좋아 보여요. 물성이 갖는 힘이 있지요. 백라이트도 나오고, 터치감도 좋아서 유용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역시 대학에 다니는 작은 아이는 입대 전까지 학교에서 '새내기 프로그램 디자인' 기획단일을 하고 있었어요. 일종의 봉사이긴 하지만 월급같이 매 월 일정한 금액을 용돈으로 받았습니다. 새내기를 위한 기념품이라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매번 엄마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가져다줍니다. 지난번에는 에코백이었어요. 안쪽으로 방수천이 덧대 있고, 겉에는 큼지막한 주머니도 있어 쓰기 좋습니다. 다른 에코백들보다 두툼한 면직물을 사용해서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애정 하는 에코백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논산 수료식에 갔다가 군마트에서 사 온 '달팽이 크림'. 가성비 좋은 화장품으로 유명한 제품입니다. 역시 아들 덕에 득템 하게 된 거라 함께 사진 찍었어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는 학교에서 '수학'분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수학 연구가 어떨까 싶지만, 수학 좋아하는 아이라 뭔가 열심히 할 것이라 기대는 합니다. 1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와서 연구비가 많이 남았다고 해요. 그래서 '책을 사기로 했다.' 전해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가방을 열며 "엄마도 같이 보세요." 라며 책을 꺼내 줍니다.
엄마가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지만, 이런 전공 원서 손 뗀 지가 언제인데... 이 녀석이 원서를 선물로 줍니다. "너나 봐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건 아니지~~!!, 너는 아직 더 가르쳐야 하는구나..' 심지어는 집에 있는 책을 다시 사기도 했어요. 아이방에 가져다 꽂아 두었습니다. 언젠가 보겠지 하면서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카네이션 하나, 편지 한 장의 선물도 너무 감동입니다.
조금씩 커서 돈을 지불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때가 오면 '대략 난감'은 아니어도 '소략 난감'은 합니다. '굳이 이런 걸 돈 주고 사 왔을까..' 하는 물건들을 일정 시간 집에 잘 보관합니다. 고맙다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아요. 언젠가는 큰아이가 엄마 생일이라고 디퓨저를 사다 주었어요. 너무 고맙다 인사했더니, 다음 해에 작은 아이도 디퓨저를 택배로 보냈어요. 아직도 보관 중입니다.
아들을 키울 때는,
청소를 대충 해도 '잘했다' 해주고,
뒷설거지가 많아져도 '고맙다' 해주고,
쓸데가 1도 없는 선물을 해줘도 '감동이다' 해줍니다.
그래야 나중에 조금씩 나아진 모습으로 엄마를 생각합니다.
'못한다', '엉망이다', '필요 없다' 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아들들의 배짱이니까요.
이제는 청소도 제법 하고, (횟수가 적지만요.) 설거지도 얼추 괜찮습니다. 선물은 먼저 물어보라 했습니다. "엄마가 필요한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 물어봐 주면 좋겠다!" 이심전심 알아봐 주기는 남편과도 어려운 것 같아요. 아들들은 다 그런 거라 생각하고 현명하게 엄마가 먼저 의견을 냅니다. 작년 생일에는 구매하고자 했던 책 리스트를 공유했습니다. "너희가 적당히 알아서 사주면 돼요~"
'어떡하나 봐야지..' 하고 굳이 아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 20년 동안 삼 형제를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입니다.
"정확히 알려주면 잘 알아는 듣는다."
엄마가 알려줘야 맛볼 수 있는 아들 키우는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