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친했네...
아이들이 어릴 때의 또래 놀이는 어차피 독립적인 개인의 놀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 생각했어요. 엄마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임무라고 할까요? 혹시나 얌전하고 내성적인 우리 아이가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을까 봐... 집에 오가는 길을 혼자 다닐까 봐... 걱정이 된 엄마는 저입니다. 순둥 순둥 한 아이라 생각하지만, 적극적으로 친구에게 다가가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내심 걱정했던 것 같아요. 더군다나 입학 전부터 또래 무리가 형성되는 아파트 단지의 특성상 엄마의 걱정은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아는 엄마'의 아이와 잘 지내도록 연결시켜 준 듯합니다. 평소에 알고 지내고 가끔 커피도 마시고 했던 동네 같은 학모가 대상이죠. 가장 수월하게 아이의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그만큼 고민하지 않았답니다. 실제로 관계 맺고 지내야 하는 주체는 내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에서 그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차도 같이 태워 다니고, 함께 놀이공원도 다니고 자연스레 친해지겠다 생각했어요. 실제로 친한 듯 보였답니다. 마음이 놓였죠... 그리고,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을 묻고 들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는 안심도 있었습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생활에 심드렁한 아이를 보고 친구관계를 물어봤어요. 딱히 친한 친구는 없다고 대답하길래 어릴 때 친했던 친구의 이름을 대며 다시 물었죠. "요즘 자주 연락 안 해?" 그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하네요
. "저 원래 그렇게 친하지 않아요. 저랑 잘 맞는 것 같지도 않고, 엄마가 친한 거지! 사실 나는 별로 안 친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알았어요. 성향이 맞지 않는 친구와 잘 지내느라 애쓰고 맞춰주고 있었다는 것을... 미안했답니다. 물론, 엄마인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학부모 활동을 열심히 할 형편도 아니고, 그나마 알고 지내는 몇몇 분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었거든요. 적극적인 친목 활동이 어색한 엄마가 그래도 묘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 마음이 맞는 친구를 잘 사귀도록 알려주고 시도하게 하는 것을 먼저 했어야 했습니다. 엄마의 조급함에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했던 것이 지금은 후회가 됩니다. 잘 지켜보다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으면 그때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을 너무 성급했어요.
어른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친한 척 하기도 잘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온전히 자신의 마음 하나만을 기준으로 친구를 사귈 거예요. 그랬던 것을 엄마가 친하게 지내라 하니 '그래야 하나보다' 하고 지냈을 거라 짐작돼요. '마음이 가기는커녕 이해도 안 되고, 재미도 없는 그런 관계였을까' 지금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지금은 우리 서로 다릅니다. 친한 친구가요.
같은 학교 구성원이어도 제가 친한 엄마와 아이가 친한 친구가 꼭 연결되진 않아요. 그래서 제가 잘 모르는 우리 아이 친구의 근황을 그 친구의 엄마가 아닌, 아이의 입을 통해 듣고 있어요. 이제야 순서가 맞다는 생각 됩니다.
청소년들이 겪는 스트레스에서 제일 비중이 큰 것이 또래 문제라고 합니다. 또래 문제로 힘들어하면 학업이나 학교생활에도 지장을 받겠지요. 아이를 잘 들여다봐야 하는 첫 번째는 아이의 친구인듯해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