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거리. 선 넘지 않기
태어나서 돌이 될 때까지 아이들을 많이 안아 키운다. 딸은 안으면 품에 폭 안긴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들은 소위 뻗댄다고 말한다. 안아주면, 금방 내려달라 하고, 업으면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업어줬으면 가만히 있어!" 아이를 얼르며 말씀하시던 친정 엄마. "아들이라 그러냐. 왜 이리 버둥거려! 너희 키울 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그때 알았어야 했다.
아들은 품에 안고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가족 간에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양팔 벌려 돌릴 때의 간격은 나만 있어야 하는 공간, 나를 중심으로 1m 반경의 원이다. 그 원 밖으로 다시 1m 공간에 나의 가족들이 있어야 한다. 심리적으로 매우 밀접한 가족이 과연 행복한지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부모, 보통은 엄마 욕심에 뭐든 함께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다른 가족들에게는 피곤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엄마도 초보라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중에 깨닫게 된다.
거리를 지켰어야 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의 1m 반경 안에서 키우고 생활하는 것이 맞다. 서서히 잠자리 독립을 시키고, 집이 아닌 보육기관에 보내면서 독립을 연습시킨다. 학교에 보내고 엄마나 가족이 아닌 친구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는 정서적으로도 독립을 시도한다.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은 시간이 오고, 가족보다 집 밖의 타인을 더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본다. 아이에게서 뻗어나가는 관계가 확장됨이 보이고, 갈래도 여러 가지로 생긴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의 영역에서 벗어나 스스로 중심이 되는 본인의 영역이 생기는 것이다.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커나간다. 엄마와의 거리를 만들고 있다.
거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엄마다.
나의 영역을 벗어나 아들의 1m 영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선을 넘는다.
Ep.1 오래전 대학원 시절에 과외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나이 어린 대학생은 아닌지라 학부모님들도 가끔 속의 이야기를 잘해주신다. 공부를 잘하는 남학생이 있었다. 노래를 잘한다. 그리고 잘 생겼다. 이쯤 되면 '인기가 꽤 있겠구나' 생각되고, 주위에 방해 요소가 여럿 있겠다 예상도 된다. 어느 날, 담소를 나누던 어머님이 말씀하신다. "가끔 우리 아들이 진짜 멋있는 남자라고 느껴요. 남편한테도 못 느끼는데~. 호호호" 글쎄... 단순한 아들 자랑이었을까? 지금 그 남학생은 늦게 결혼해서 본가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평범하게 산다고 전해 들었다.
Ep.2 엄마는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목표는 세계 최고의 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세부 목표를 세운다. 그러기 위해 보내야 하는 과정들이 원칙처럼 남발되던 때다. 다행히 아들은 순하다. 공부머리도 있다고 엄마는 판단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선택지도 다양하다. 엄마에게 거칠 것은 없다. 그래도 나름 선택과 집중을 하며 아들을 캐어한다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아들은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축하 자리에서 할머님이 물어보셨다 한다. "이제 장가만 잘 가면 되겠네. 어떤 여자 만날지 기대할게." 그 순간 아들의 대답이 들려온다. "엄마 같은 여자만 아니면 돼요. 할머니" 철없는 아들.. 아직 철들게 가르치지는 못한 것이다.
Ep.3 나는 우아한 엄마다. 아들에게 집착하는 그런 시시한 엄마가 아니다. 아이가 선택하고 행동하도록 충분히 배려한다. 내가 읽은 자녀교육 책으로 탑도 쌓을 것이다. 내가 듣고 보면서 깨달은 경험이면 책도 한 권 쓸 것이다. 나는 그런 엄마가 아니다. "네가 알아서 해. 근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러이러한 것이 있어. 책임은 네가 지는 거니까, 알아서 해!", "누구누구를 보니까 이렇게 되더라, 참고하라고 알려 주는 거야!", 엄마는 가이드해주고, 참고 사항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흡족해한다. 하지만, 아이의 대답이 돌아온다. "엄마, 그건 그렇게 하라고 하는 거지! 답을 정해 놓은 거 아니에요?, 내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면서.." 우리 집 막내의 말이다. 위의 두 아들들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면 손해 볼 것 없다.' 진즉 판단한 것 같다. 잘 따라오고, 군소리도 없었다. 하지만, 막내는 그렇지 않다. 계속 반기를 든다. '그건 나의 뜻이 아니에요'라며.. 아이러니한 것은 막내가 우리 집 최고의 '엄마 껌딱지'였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최고의 경계병이다. "엄마! 선 넘지 마세요. 여기는 나의 영역이에요!"...... '사춘기는 지난 것 같은데..' 사춘기를 핑계로 하려는 엄마는 다시 선을 넘을 시기를 노리고 있다. 이제 대학 입시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삐!!!! 삑!!
둘째가 가장 먼저 군대를 갔다.
예상하고 있던 시간이지만, 막상 닥치니 마음이 아주 편하지는 않았다. 첫 경험이니, 당연히.
"아들은 가서 잘 지내요. 엄마만 잘 지내면 되는 거더라고!!" 먼저 군대에 보낸 선배맘의 이야기를 담아둔다. 아이도 이야기한다. '내가 은근 군대 체질인 것 같아요.'
맞다. 엄마만 잘 지내면 된다. 엄마의 영역 안에서.
이제부터 나도 내 영역 만들기로 너무 바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 Photo by Johnny Briggs on Unsplash/ Dawn McDonald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