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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Oct 17. 2022

논산 육군훈련소 수료식에 다녀왔습니다.

내가 몰랐던 아들 키우는 맛

지난 8월 마지막 주에 작은 아이가 입대를 하였다. 오랜 시간 고민만 하다가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는 시점에 입대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만큼 공부가 힘들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에 잠시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군대는 그럴 때 가는 것이라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은지라, 입대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을 것이다. 엄마 마음에야 안 갈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런 방법은 없어 보이고, "너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차피 가야 하는 거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다녀와라."라고 이야기를 해 놓은 터이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같은 보직으로 입대일을 맞추어 지원하였다.    

용케도 둘 다 원하는 보직에 선발되었고, 훈련소 입소일에 입구에서 만나 함께 들어갔다. 함께 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도 마음이 놓일 정도로 군대에 보내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라 하더라도 모든 부모에게 부담이다. 하지만, 막상 논산 훈련소에 가보니 그날 입대하는 아들들이 너무 많았다. 입구에 배치된 교관들은 연신 '어머님'을 외치며 교통정리를 하였다.  아들을 입대시키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우리 집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괜스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한결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에서도 '어머님'들은 막강하구나 생각도 하면서... 그렇게 아들의 훈련소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 2주간은 전화도 없고, 핸드폰 사용도 안되고, 일체 연락이 되질 않았다. 요즘은 '더캠프'라는 엡을 통해 편지도 보내고, 부모들이 카페에 가입해 소식과 정보도 주고받는다. 마치 학교에서 가정 통신문 받는 것처럼 들락거린다. 사진도 올라오고, 공지 사항도 올라온다. 다른 연대는 이랬다는 둥, 다른 교육대는 이렇다는 둥, 온갖 정보들을 공유하며 우리 중대는 이러네 저러네 하면서 또 시간을 보낸다. '아미고'라는 군 전용 메신저인 듯한 것을 설치하면, 아들이 전화나 문자 내용을 보기 위해 접속한 것이 알림으로 뜬다. 그 순간부터 전화를 붙잡고 기다린다. 아들들에게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로그인 알람이 떴어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아닌 아빠에게 전화를 했음이다. 나름 공평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요즘 군대 진짜 좋아졌다.."라고 격세지감을 느끼는 많은 아버지들은 이제부터 아들과의 군대 얘기로 엄마보다 우위를 차지한다. 공통사가 생긴 것이다. 


첫 통화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있었지만, 엄마가 막연히 알고 있는 '다나까'는 없다. 


'음...? 지내기 괜찮은가 보다. 군기가 그렇게 세 보이지는 않아 다행이다.' 






그렇게 몇 주간의 시간이 흐른다. 훈련 과정에 대한 안부와 무탈함을 전해 들으면 사실 할 말이 많지는 않았다. 살갑게 인사를 전해주던 아들도 아니었을뿐더러, 입대 전 집을 떠나 학교에 다닐 때도 연락을 자주 하던 녀석도 아니었다. 그러던 아들이 주말마다 꼬박꼬박 전화를 한다. 본인도 전화가 아니면 단순한 생활에 아무런 이벤트도 없었을 것이다. 주요 훈련들을 마치고 훈련소 수료의 시간이 다가왔다. 몇 가지 주의 사항과 안내를 전달받고 아들 보러 간다는 마음에 그날만을 기다렸다.  

 

"뭐가 제일 먹고 싶어?" 수료식 날에는 행사가 끝나면 귀소 시간까지 5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5시간 동안 할 일은 아들들을 잘 먹이는 일이다. 군대에서 급식이 좋았다 해도, 사회에서 먹고 싶은 음식들이 있을 것이다. 미리 물어보고 동선을 짜야한다. 마지막 몇 번의 통화에서 어떤 음식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한다. "삼겹살, 냉면, 초밥... 시간 상, 점심과 저녁을 다 먹어야 하거든요. 먹는 양이 많이 늘어서! 그리고 아아!!" '그래 먹어보자! 이까짓 것 못 해주겠어?' 열심히 검색을 해서, 후보 식당을 정해 놓고 수료식 날에는 별도의 예약이 안됨을 확인하고, 최적의 이동과 식사를 고민하였다. 평소에 커피를 즐기지 않은 아이가 '아아!'를 외치다니 의외였다. "분대장님들이 식사를 마치면 옆에 있는 '파바'에 가서 빵 한 개랑 아아를 들고 나오시는데... 그걸 보니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계면쩍게 말하지만, 그 말속에 훈련소 생활의 힘듬이 그대로 전해 졌던 지라, '10잔이라도 사준다!'는 엄마의 의지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수료식 날이 되었다. 일찍 서둘러 한 시간 먼저 도착한다. 

'여유 있게 가야지, 달팽이 크림도 사야 하고..'


수료식이 시작되었다. 

같은 군복, 같은 마스크, 같은 자세, 아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대충의 위치만 파악하고자 한다.   


"수료식이 끝나면, 최대한 빨리 데리고 나온다."

"초밥을 먹고,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아아를 마시고, 고깃집에 가서 삼겹살과 냉면을 먹는다." 

"수료식이 시작되기 전에 군마트에 들르길 잘했다."


엄마의 미션을 되뇌며 눈을 떼지 못하고 아들을 찾는다. 





6주간의 시간 동안 아들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낯선 단체 생활에 적응하는 것
낯선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맺는 것
낯선 관계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것
나보다 타인을 위한다는 것 
그렇게 동지가 되어 간다는 것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남도 잘하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을 처음 배우지 않았을까?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단체 생활을 배운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아들이 되었다는 것.' 


엄마의 아들로 살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주었다.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준다. 막연한 당부의 말이 구체적으로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다. 아들들도 알 것이다. 저마다의 경험과 능력이 다르지만, 함께 어우러져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성장하는 아들을 보게 되는 것은 엄마는 몰랐던 아들 키우는 맛이다.

대견하고, 믿음직하고, 늠름한 모습. 


(결국 삼겹살과 냉면은 먹지 못하였다. 음식점들의 브레이크 타임과 겹쳤다. 수료식 날은 논산 시내 음식점들도 대목이다. 당연히 종일 영업을 하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확인했어야 했는데... 여전히 허당인 엄마의 실수~)


그래서 대신...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었다. 아주 맛있게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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