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잘 보고 다니자

언제부터 여기가 남자 화장실...이었지?

by 부키

오랜만에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을 했습니다. 마침, 비도 그쳤고 부담 없이 늘 가던 길을 가는 여유로움으로 출발했어요. 다니던 길의 익숙함이 주는 '생각의 나태함' 다시 말해, 그저 가던 대로, 습관처럼 움직였습니다.


여정의 중간 지점에 있는 휴게소에 늘 들르곤 합니다. 어디에 주차하면 화장실과 가까운지 잘 알고 있는 그런 휴게소지요. 그날은 원하는 주차자리가 비어있지 않아 한 줄 뒤편으로 돌아갔어요. 이런 날도 있지요. 마음대로 주차 못하는 날. 그리고 생각 없이, 아니 다른 생각에 가득 차서 화장실 들어가는 문을 엽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데 앞 쪽 주차자리는 꽉 차있네, 비가 와서 그런가? 지금은 그쳐서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우산을 안 가져왔잖아? 이 장마 통에 우산을 안 챙기다니... 그럼 최대한 우산이 필요 없이 다녀야 하는데, 역시 어디에 주차할지가 관건이군...'


우산을 놓고 온 생각과 주차를 계획하는 생각이 가득 차서 늘 습관처럼 다니는 방향으로 화장실에 가고 있었어요.


"아줌마?" 꼬꼬마 남자아이가 저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그리고 순간 정지.

'음? 이 낯선 것은 무엇이지?' 바쁜 종종걸음의 아주머니들이 안보였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인듯한 모습도 안 보이고요.


'엥? 남자 화장실이네?' 마침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니, 언제부터 여기가 남자 화장실이야? 분명 오른쪽이 여자 화장실인데?'


"어머!" 겸연쩍게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얼른 옆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어요.

제가 기억하는 것이 틀렸던 것입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습관처럼 행동해서 남자 화장실에 갈 뻔했어요. 눈앞에 이렇게 선명하게 표시가 되었는데도 보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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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기억은 이렇게 여자 화장실이 오른쪽에 있는데요...


집에 오는 상행선에 같은 지점의 휴게소에 들렀어요. 이번에는 앞을 잘 보고 들어갔어요. 아니, 처음 실내로 들어갈 때부터 정면을 응시했습니다.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이곳은 여자 화장실이 오른쪽에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하행선과 상행선의 화장실 위치가 다른 것이었어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진행하는 방향 기준으로 남자 화장실이 먼저 위치해야 할까요? 편의점과 식당의 위치도 동일한데 화장실 위치가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무렴요.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부주의

습관대로 움직이는 나태함


익숙한 것만 하려 하고,

아는 곳만 다니려 하는 보수적인 습관이 있습니다.


나름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편리를 위함이라고 이유 짓지만, 사실은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서, 혹은 불안하기 때문이 있을 거예요. 얼른 털어내야겠습니다.


이젠 휴게소도 다른 곳에 가보고,

주차도 새로운 곳에 해보고요


다른 길로 가 보기도 시도해야겠습니다.

적어도 화장실 안내판은 잘 보고 들어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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