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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기한 Dec 31. 2019

'평생에 단 한번의 결혼식'이란 말의 함정

당신이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듣게 될 그 말

"결혼식은 평생에 한번 뿐인데 돈보다 마음에 드는 걸로 하세요. 안그러시면 평생 후회해요."


[평생에 한 번]이란 말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평소 몇 천원, 몇 만원 아끼기 위해 최저가 검색을 며칠 내내 하던 우리의 모습은 세이굿바이~ 

스폐셜 이벤트인 결혼은 우리의 지갑을 쉽게 열고 한번 열릴 때마다 몇 십만원, 몇 백원이 우습게 나가자 내면에 잠자고 있던 소비요정은 소비의 기쁨을 맘껏 누린다. 

하나둘 고르다보니 결혼식 예산은 애초 잡아둔 예상 비용보다 초과되지만 '남들 다 한다는 그 정돈' 하기로 한다. (도대체 '남들 다 한다는 그 정돈' 누가 정한건가?)

주변에서도 비슷한 말로 나를 부추기고 어딜가나 비슷한 말을 듣다보니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한편으론 한시간 남짓한 결혼식에 쓰는 비용이 아깝지만  

'그래. 일생에 두번도 아니고 딱 한번인데 무리되더라도 내 마음에 드는 걸로 하는게 좋지. 안그럼 후회하지 않을까?'


우리는 진짜 후회하게 될까?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맞다. 

우리 삶엔 삼겹살 냄새 짙게 풍기는 회사 송년회 자리는 있어도 화려하게 꾸미고 갈 연말 시상식은 없다. 

평범한 개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축하받고 주목받는 자리는 일생에서 결혼식이 유일할 것이다.

(개인경험에 의하면 졸업식, 대학합격, 취업성공으로 받는 축하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내 생애 제일 화려한 드레스와 반짝이는 보석들, 알아서 꾸며주고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웨딩 직원들. 

언제 이렇게 작정하고 꾸밈 받을 수 있겠는가? 작정하고 꾸민 신랑과 신부의 모습은 멋지고 아름답다. 


영화 <트와일라잇> 결혼식 장면.  많은 여자들이 이 장면보고 혹 했다. 나 역시도...


틀리다. 

얘기하다보면 결혼보다 결혼'식'에 환상이 큰 사람들이 많다. 

많은 여자들이 크든 작든 자신만의 결혼식 로망이 있다. 나 역시도 나만의 결혼식 로망이 있었다.

로망은 곧 돈과 직결된다. 돈에 개의치 않고 맘에 드는거 하나씩 고르다보면 쉽게 눈덩이가 되는게 또 결혼식이다. 결혼식은 평생 한번 뿐이라지만 통장 잔고는 우리가 껴안고 갈 현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결혼식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뭘 입고 결혼하느냐보다 어떤 사람과 어떻게 살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는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결혼식이 부부의 시작을 알리는 첫 발걸음은 맞지만 꼭 성대할 필요성은 없다. 

성대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의 애정어린 축하와 마음들로 절로 빛나게 되는게 결혼식이다.  


영화 <트와일라잇> 결혼식 장면. 혹 했지만 이렇게 식장 꾸미려면.. 생화 데코..비싸..많이 비싸...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공식적으로 서로의 집안 문화와 경제적 수준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본인 만족의 영역이다. 식장, 스드메로 대표되는 결혼 시장은 당신이 생각하는 세계보다 더 넓디 넓다. 화장품 세계처럼 저렴이부터 고렴이까지 다있다. 기본 단가가 화장품보다 0이 여러개 더 붙어서 그렇지... 

저렴이와 고렴이 중에 내가 어느 선으로 갈 것인지만 결정하고 그 세계에서 하나하나 정해가면 된다.


내가 결혼 준비하면서 절감한건 [우리 둘이 합의된 기준의 필요성]이었다.

기준이 어디있냐에 따라 '한 번의 결혼식'을 보는 포인트가 다르다. 

나만의 기준이 있어도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듣다보면 기준은 흐물해지고 순간적으로 휩쓸리는게 결혼 시장이다. '누구누구는 ~했다더라'가 너무나 쉽게 들려오고 쉽게들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기준이 없다면 분명 누군가에게 휘둘리게 된다. 웨딩플래너건, 부모님이건. 


나도 내 기준대로 결혼식을 준비해나갔지만 문득문득 청담 가서 스드메 하는게 다를 것 같고 식장도 동네가 아닌 서울 중심에서 해야할 것 같고 여러 유혹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내가 어떻게 했을까? 

내가 하객이었을 때와 그동안 만나왔던 그와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깊이 생각했다. 

우리 둘이 만나왔던 모습, 평소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의 스타일.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하객으로써의 경험과 호스트의 입장에서 추렸다. 


예식장의 위치는 출발지에 따라 상대적이므로 우리의 편의에 맞췄고 주차공간이 넉넉했다는 식장은 나도 거의 들어보지 못했으므로 불편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결혼식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행사진행에 더 공을 들여 순서마다 포인트를 뒀다.

드레스도 나한테 잘 어울리는 드레스가 더 만족도도 있고 보는 사람도 자연스러울 것 같아 브랜드, 가격보다 나한테 잘 어울리는 드레스 찾는데에 초점을 뒀다. 


'평생 단 한번의 결혼식'이지만 그 속에 돈이 아니라 '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결정이 쉬워지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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