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 구마겐고' 북리뷰
난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특히 일상의 XS 공간에서 벗어나 XL의 거대한 아름다운 공간 속에 하나의 점이 되어 숨을 쉴 때 그 들숨은 여유를 가득 들이키고, 날숨은 경쾌함을 내쉬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ET]의 이집트 덴두르 신전[the Temple of Dendur]이 있는 공간에 들어서면 경사진 거대한 창으로 센트럴파크의 사계절 바라보는 풍광을 사랑해서, 미술관에 그림과 조각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창을 바라보기 위해 미술관에 가곤 했다.
구마겐고의 건물은 도쿄의 네즈 미술관 [Nezu Museum],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Starbucks Reserve® Roastery Tokyo],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The Waseda International House of Literature (The Haruki Murakami Library)], 킷테 [Kitte]라 불리는 JP Tower 그리고 최근 서울에 위치한 오디움까지 그의 건축을 보기 위해 찾았었지만, 그저 일본 건축 특유의 선을 잘 사용하는 건축가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중 난 킷테라는 건물을 좋아해서 도쿄를 다섯 번 방문할 때마다 잊지 않고 찾는 공간이었다.
킷테는 일본어 '킷테(우표)'와 '키테(오세요)'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고 한다. 1933년 지어진 도교중앙우체국을 구마겐고가 레노베이션한 프로젝트이다. 외관은 도쿄 중앙우체국 건물 일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지하 1층, 지상 6층의 삼각형 아트리움의 보이드 공간을 채운 선들이 차르르 반짝인다. 6층 옥상 정원인 Kitte 가든에서 바라보는 도쿄역의 야경이 정말 아름답다. 난 킷테의 거대건물의 볼륨 속에 있는 경쾌하고 가벼운 선의 조화를 좋아했는데, 그의 책의 읽으며 볼륨에 대한 진한 비판이 이어져 의외였다.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현처럼 굳건한 고집이 대단한 건축가구나 싶었다.
난 평소 독서와 거리가 멀지만, 한국 책은 미국이나 일본 책에 비해 종이질이 좋고 도톰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점선면의 텍스쳐가 있는 반투명 표지는 속이 다 들여다 보여 점. 선. 면이란 강인해 보이는 타이틀을 부드럽게 감싼다. 내지는 야들야들 보통의 한국 책들보다 가볍고 얇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은 후, 북디자인 또한 무거움을 덜어내려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방엔 르꼬르뷔지에의 전시에서 사 온 롱샹성당[Ronchamp Chapel/Colline Notre Dame du Haut]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그 아름다운 볼륨의 선들이 내 눈엔 한 없이 아름다운 대상인데, 구마겐고는 그와는 대치되는 의견이 꽤나 공격적이다. 아마도 르꼬르뷔지에에 영향을 많이 받은 안도 타다오 [Tadao Ando]의 콘크리트를 보면 나도 가끔은 텁텁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조금은 비슷한 느낌일까? 아니다. 난 서울에서는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의 송은 신사옥 건물의 무심하면서도 뛰어난 디테일의 거대한 볼륨의 미를 바라보며 숭고하단 느낌을 받는 사람이니, 르꼬르뷔지에가 가쓰라 이궁을 보고 "선이 너무 많다."라고 말한 일화에 조금 더 공감이 간다. 일본을 방문하면 시선을 돌릴 때마다 선이 너무 많다고 느낄 때가 많아 웃음이 났다.
"리브=선"을 끼워 넣어 점과 볼륨을 계층적으로 연결해서 풀어낸 브루넬레스키의 두오모 성당의 대형 돔의 "유연한 건축술"을 흥미롭게 읽었다. 수학과 과학과 철학에 무지한 내가 검은 페이지의 '방법서설'을 읽어 내려가기는 너무 어려웠으나, 밝은 페이지로 전환해 점,선,면 세 가지 파트로 풀어내려 간 그의 글솜씨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고마쓰 세이렌 패브릭 연구소에 사용한 한없이 가는 탄소섬유의 선 인장강도가 세고, 가볍고 내열성이 좋다는 소재라는 것도 신비로웠으며 그 소재를 사용해 구현한 선으로 이루어진 면 또한 공간을 아름답게 했다. 문득 2016년 런던 여행 때 하이드 파크에서 비야케 잉겔스 [Bjarke Ingels]의 2016년 Serpentine Pavilion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튜브형 유리섬유 소재의 속이 뚫린 벽돌이 하나하나의 위치가 약간씩 어긋나 있어, 내부에서 빛과 그림자의 복합적 음영 효과가 만들어 내는 공간이었다. 속이 뻥 뚫린 벽돌은 작은 사각프레임이자 조금은 커다란 점이 되고 그를 통해 빛과 외부 조망을 내부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해 내고 있었다. 벽돌이 만든 개방형 벽은 공원의 공기가 드나들고, 바람에 벌어진 투명한 커튼처럼 곡면 구조체를 만들어 내어 그 공간을 걸었던 기억이 책과 함께 떠올랐다.
항상 선의 건축가라고 떠올렸던 구마겐고였는데 프랑크푸르트의 천으로 된 다실이나 '전 세계에서 재해가 빈발하던 시기에 새로운 유형의 피난 주택 카사 페르 투티 [모두의 집] 의뢰로 작업한 삼각형 천을 이은 카사 엄브렐라를 읽으며 신선한 그의 발상과 작음과 덜어냄의 힘에 대해 그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건축이 기술이 아닌 인간과 자연의 관계, 열린 건축을 통해 빛과 바람, 물, 나무와 같은 숨 쉬는 건축을 추구한다. '점.선.면'은 건축의 기본 단위이자 그가 이어가는 건축 철학이다. 작고 섬세한 가치의 힘과 인간과 환경의 관계, 그로서 건축을 대하는 이들에게 촉각적 경험을 전해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를 통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건축을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하나의 점처럼.
구마겐고는 이번 독서모임의 마지막 책이다. 여러 생각의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되고, 그 경험이 쌓여 면이 되는 관계를 클럽장님은 염두하고 선택하지 않았을까? 난 여전히 아름다운 볼륨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