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자,
귤밭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주황색이었다.
전국적으로 눈이 왔다.
여기 제주에도 눈이 왔다.
초록 나무 위에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도
나무는 여전히 짙은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 많던 귤들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초록 잎 위에 위태롭게 매달린 하얀 눈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햇살을 꼭 닮은 주황색 하나라도
어딘가 남아 있었다면,
이 겨울의 풍경은
조금 덜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고.
그 따뜻한 빛깔을 보았다면
내 마음도
그만큼은 덜 움츠러들었을 것 같았다.
주황색의 부재 속에서도
눈 덮인 제주의 겨울 귤밭은
말없이 고요했다.
사라진 것들이
유독 또렷해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