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브랜드의 첫 한국인이었다

by 힐링다방

나의 새로운 포지션은 Head of Korea (Country Manager)였다.
나는 이 브랜드의 최초 한국인 직원으로,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아시아의 대기업에 인수되며 새로운 기술과 럭셔리 감성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 재도전하는 시기였다.
2021~2023년에 합류한 대부분의 직원은 각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리더들이었고, 나는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중동 지역 본부의 동료들은 젠틀하고 스마트했으며,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행복했던 것은 나의 상사였다.

그는 영국인으로,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훌륭한 리더이자 협업의 본보기였다.

그를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 조직을 이끄는 태도가 어떤 것인지 배웠다.

만약 그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렇게 탁월한 인재들과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엔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다.

하루 평균 10~12시간 이상 일했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밤잠을 설치는 일도 잦았다.


내 업무는 한국 시장 총괄을 중심으로, 시장전략/기획, 네트워크 개발, 판매, 마케팅, CRM, 인증, A/S, 상품기획, 기술지원 등 하나의 회사에서 여러 명이 나누어 해야 할 역할을 직접 리딩해야 했다.

물론 각 분야별로 협력 파트너사 직원들이 있었고, 그들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에 많은 일들을 함께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본사 입장에서 보면, 모든 성과와 책임은 결국 내 몫이었다.

매일 아침은 한국의 딜러사들과 시작했다.
오후에는 중국과 아시아·중동 지역 본부(APME HQ)와 회의를 진행했고, 저녁에는 유럽 본사와의 업무가 이어졌다.
하루 미팅만 최소 10번, 그때마다 한국 시장 관련 자료를 직접 만들어 발표해야 했다.


하루에 열 번 넘는 미팅, 끝없는 보고서, 잠 못 이루는 밤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행복했다.

‘0에서 1’을 만드는 순간의 벅참. 그것이 내 인생의 보상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또 한 번 멈춰 선다.


다음 문장은,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써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