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멈춘 아침

by 힐링다방

2024년, 우리 회사는 글로벌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익성은 거의 남지 않았다.


2025년 1월, 회사는 긴축재정을 시작했다.
아시아의 연구소에서는 권고사직이 시작되었고, 연기된 프로젝트에 속한 팀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이윽고 유럽 사업부에서도 퇴직 메일이 잇따라 도착하기 시작했다.


나는 본부장과 올해 목표 설정 면담을 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우리 본부는 아무도 이탈하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건 당신의 리더십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당선 이후, 우리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던 북미 수출이 관세로 완전히 중단되었다.


3월, 본사는 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 글로벌 구조조정 가능성을 발표했다.
본부장은 회의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력 조정이 있을 겁니다.”


나는 그래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는 나 혼자뿐이었고, 당분간 나를 대체할 사람도 없을 거라 믿었다.
그건 착각이었다.


3월 말, 이른 아침이었다.
본부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첫마디는 “미안하다”였다.


“나는 6월까지 일하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어제 CEO의 승인을 받았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나를 직접 채용한 사람이고, 내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리더였다.
그의 부재는 곧 내 중심이 흔들린다는 뜻이었다.


4월 초, 본부는 주간 회의에서 공식 발표를 했다.
“본부 내에서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다.”


불안했지만,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는 한국에 혼자 있으니 괜찮겠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지냈다.


4월 11일, 인사팀이 퇴직 예정자들에게 개별 통보 전화를 한다는 소식이 돌았다.
나는 전화를 받지 못했고, ‘다행히 나는 아니구나’ 하며 안도의 주말을 보냈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본부장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이른 시각이었다.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안하다. 너는 직급이 높아서 내가 직접 연락하는 거야.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었다.
곧 인사팀에서 세부 내용을 통보할 거야. 필요하면 언제든 나에게 연락해.”


그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긴장으로 굳어 있던 내 몸이 천천히 식어갔다.
그날, 나는 세상의 소리가 모두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쉼표는 곧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