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실업자의 첫 출근

by 힐링다방

5월 15일, 나의 공식적인 마지막 근무일. 모든 동료들에게 퇴직 메일을 보냈다.

전화로, 메신저로, 메일로 수많은 응원이 왔다.

“너는 잘했으니 금방 재취업할 거야. 걱정하지 마.”


그 말들이 따뜻했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비어 있었다.


5월 16일. 나는 실업자가 되었다.


50대가 된 지금, 내 주변에는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많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은 그래도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보상금을 준다.

난 근속기간이 잛고 회사가 수익성을 내지 못해 몇개월 버틸 수 있는 보상금만 받았다.


예전 링크드인에서 기억나는 것은 갑작스럽 퇴직은 5개월 감옥에 있는 것이라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작스런 퇴직의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한두 달의 휴식기를 갖는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치유의 방식이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느슨하게 지내면 게을러질 것 같았다.

그리고 ‘일의 감각’을 잃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이 없어도 출근하자.

내 공유 오피스는 강남의 골목 안에 있는 작은 1인 사무실이다.

집은 경기 남부 신도시에 있지만, 굳이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집사람은 말했다. “사람 많은 곳에 있어야 운이 트여.”


나도 공감했다. 출근의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도 50분 거리. 하지만 조용하고, 익숙한 회사의 공기를 닮은 이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하루 만 원. 큰 부담도 없었다.


실업자의 첫 출근. 5월 16일 아침, 회사 노트북 대신 개인 노트북을 들고 출근했다.


아침 9시 전에 도착해 오후 4~5시까지는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 100통의 메일도, 수십 통의 전화도 이젠 없다.

광고성 메일만 잔뜩 쌓인 개인 메일함을 보며 텅 빈 시간을 실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것뿐이었다.

영문, 국문 버전 모두. 링크드인과 구직 플랫폼에 내 경력을 다시 올렸다.


이 일은 반나절이면 끝났다.

그다음엔 채용 공고를 찾아보는 일이 하루의 전부였다.


나머지 시간엔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그냥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언제나 너무 빨리 지나가던 하루가 이제는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일한다는 건 축복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