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생의 문 앞에서 서 있는 나에게
친구들, 옛 동료들, 지인들을 만나면 대부분의 대화는 언젠가부터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권고사직을 고민하고 있다.” “팀이 통째로 사라졌다.”
나 역시 코로나 시절 구조조정과 임금피크제, 그리고 외국계 회사의 예측 불가능한 철수를 경험했다.
실적이 떨어지면 한국 시장을 접는 것이 외국계 회사의 방식이기에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잃었다.
한국처럼 교육비·주거비가 큰 나라에서 집담보대출과 생활비는 현실이고, 재테크를 하고 싶어도 시드머니가 부족한 세대. ‘하우스푸어’라는 말은 결국 우리 세대를 설명하는 단어가 돼버렸다.
국민연금도 60대 중반부터 받을 수 있고, 정년 연장 이야기는 많지만 실제 회사에서는
50대가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명예퇴직 대상자’가 된다.
앞으로 10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이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
신입사원 시절 함께 일했던 선배들을 나는 지금도 1년에 몇 번씩 만난다.
60대 중반, 70대 초반임에도 지금도 현업에서 즐겁게 일하는 분들이 있다.
놀라운 건, 이분들이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50대처럼 활력이 넘친다는 것이다.
나보다 더 건강해 보일 때도 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전문성’이 있다. 그래서 여전히 사회가 그들을 필요로 한다.
높은 연봉이 아니더라도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인생 2막을 편안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부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나는 과연 무엇이 전문성일까?”
나는 기획력도 있고, 발표도 잘하고, 자료도 잘 만든다.
하지만 이 능력들은 나이가 들수록 시장에서 꼭 인정받는 스킬이 아니다.
기업들은 그 연령대에서 요구하는 ‘특별함’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묻게 된다.
나는 60대 중반까지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지금 나는 6개월째, 처음으로 내 인생의 두 번째 고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해야 오래갈 수 있을까?
무엇을 준비해야 다시 흔들리지 않을까?
나의 강점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명확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는 사실.
나는 요즘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분명 나만의 길을 찾게 되리라 믿는다.
50대가 되면, 우리는 삶의 현실을 더 깊게 마주하게 된다.
자녀, 부모님, 커리어, 건강, 노후… 촘촘하게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인간관계,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깊이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두 번째 인생은 준비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준비는 불안해하며 고민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
오늘도 그 문 앞에서 나는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