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아직 곁에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by 힐링다방

최근 한 달에 한 번은 꼭 상갓집에 다녀오는 것 같다.

내 또래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80대 중반에서 90대 초반.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소천 소식이 더 잦다.


그래서일까. 나는 요즘 부모님이 아직 건강히 내 곁에 계신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아버지는 대장암, 결핵 등 여러 질병을 겪으셨지만 “자식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관리를 하시며 결국 이겨내셨다.

지금은 또래에 비해 놀라울 만큼 건강하다.


어릴 때 나는 아버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집안이 어려워졌을 때는 원망도 많이 했다.

환경이 바뀌는 현실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았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하고 버티고 계셨다는 걸.


어머니는 그 시절의 고통을 성당에서 기도하며 이겨내셨고, 아버지도 평생 안 다니시던 성당을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나이를 먹고 자식을 키우다 보니 그때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당했는지

해마다 더 깊이 느끼게 된다.


결혼 후 나는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드리지 못했다.

명절 용돈 정도가 전부였다.

멋진 여행을 보내드린 적도 거의 없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건강하실 때 좋은 옷 한 벌이라도 사드려야 하는데…” 하지만 아직도 실천을 못 하고 있다.


부모님은 요즘 활동이 거의 없어 집에만 계신다.

내 전화와 방문을 늘 기다리신다.

그러나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전화, 한두 달에 한 번 방문이 전부다.

나도 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삶에만 바쁘고 이기적이다.


내가 잘됐을 때 가장 기뻐하는 사람도, 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슬퍼하는 사람도 언제나 부모님이었다.


이번에 내가 갑작스레 퇴직했을 때도 겉으로는 담담하셨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셨을 것이다.

나는 숨기고 싶었지만 의료보험 문제로 결국 알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두 분은 여전히 이렇게 말해주신다.


“걱정하지 마라. 잘될 거야. 너는 열심히 살아왔잖아.”


그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울컥해져서 오히려 연락을 줄이게 된다.

마음이 약해질까 봐.


우리는 어린 시절에도, 나이 들어 힘들 때도 결국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부모님이다.


부모님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단 한 사람뿐이다.

그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어떤 재산보다 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나는 아직 단 한 번도 부모님께 이 말을 하지 못했다.


“사랑합니다.”


조만간 정말 용기 내서 꼭 말씀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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