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 상사의 리더십 차이

by 힐링다방

30년 동안 두 문화를 경험하며 깨달은 아주 현실적인 차이

지난 30년 동안 나는 한국 대기업과 유럽 대기업에서 거의 절반씩 커리어를 보냈다.

한국 본사, 한국에 있는 유럽계 법인, 해외 지역본부, 유럽 본사까지 다양한 리더십 구조 아래서 일하며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일하는 방식이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유럽계 기업이라도 한국에 있는 법인은 한국적 조직 문화가 깊게 스며 있기에, 이 글에서는 본사의 리더십 경험을 중심으로 비교하고자 한다.


90년대 신입사원 시절의 한국식 리더십 — 군대와 회사의 경계가 희미하던 시대

내가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워라밸’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상사가 시키면 일단 해야 했고, 그 이유를 묻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보고서를 만들면 내용보다 폰트·줄 간격·정렬부터 지적받았고, 수십 번 빨간 줄을 거친 뒤에야 겨우 결재가 떨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웃기지만, 당시에는 PC 조작도 서툰 부장·임원들이 모든 수정을 일일이 지시하던 시대였다. 결국 ‘결재만 하는 사람’이 조직의 중심이었다.

그럼에도 부장은 늘 부러웠다. 임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주말엔 골프를 치고, 자리만 지나가도 모두가 긴장하는… 그런 권력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의 한국 리더는 달라졌을까?

달라졌다. 실무 경험이 충분하고 소통에 힘쓰는 리더들도 많아졌고, 여성 임원 비율도 늘었으며, MZ세대와 대화를 시도하는 리더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지인들과 이야기하며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팀장이 된 이후로 더 이상 배우지 않는 리더가 많다.”

직접 보고서를 만들지 않고

아래 보고서만 ‘수정’하다 보니

본인이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변화에는 둔감해지고

결국 ‘위에서 좋아할 것’만 맞추는 리더가 되어간다.

이것은 한국 조직문화의 오래된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유럽 기업의 리더십 — 실무에 강하고 책임은 더 명확하다

유럽 기업의 조직 구조는 한국보다 훨씬 단순하다. 섹션–파트–팀–실–본부 같은 복잡한 구조가 없다.

직책보다 역할(Role)이 우선이다. 그리고 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이것이다.

유럽에서 일 잘하는 임원은 정말 ‘일에 미친 사람’이다.

레벨 3~4 정도의 리더라도:

실무를 깊이 이해하고

자신이 보고할 자료를 직접 만들고

시장과 제품에 대해 가장 디테일하게 알고

“현장을 아는 것”을 기본 역량으로 본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조용하면 ‘기여를 안 한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외국어·논리력·자기표현 능력이 필수다.

휴가 문화도 극명하다. 휴가 중엔 절대 연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휴가 전후에는 폭발적으로 일한다

→ 그래서 오히려 부하 직원이 더 힘들기도 하다


리더십 차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한국: 위계가 관계를 만든다

유럽: 대화가 신뢰를 만든다

한국에서는 지시 → 승인 → 수정 → 재승인. 이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다.

반면 유럽에서는 토론 → 결론 → 실행. 이 기본 구조다. 속도는 느리지만 일단 합의가 이뤄지면 책임과 실행은 매우 명확하게 진행된다.

또 하나 큰 차이:

한국에서는 말을 많이 하면 “튀려고 한다”라고 보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조용하면 “생각이 없다”라고 본다


한국과 유럽 리더의 강점

한국 리더의 강점 : 빠른 실행력, 위기 상황에서의 결단, 짧은 시간에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능력

유럽 리더의 강점 : 자율성과 전문성 존중, 장기적 관점, 감정보다 논리, 삶과 일의 균형 이해 하지만 소통능력과 역량으로 평기

결국 가장 큰 차이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이다.


두 문화를 겪으며 개인적인 의견은......

한국식 리더십은 빨리 잘하는 사람을 만든다.

유럽식 리더십은 함께 일하는 사람을 만든다.

정답은 어느 쪽도 아니다.

하지만 두 문화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나는 유럽의 리더십을 더 선호한다.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는 ‘실무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60대가 넘어서도 일하는 리더를 흔히 볼 수 있다.

직급보다 ‘내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대기업에서는 임원까지 갔더라도 퇴직 후 재취업이 쉽지 않다.

지시 중심 문화 속에서 실무 경험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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