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주교 신자다.
하지만 불과 3년 전까지만 미사만 어쩌다 참석할 뿐, 20년 동안 고백성사를 하지 않아 영성체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넌 몇 년 전, 나는 다시 신앙으로 돌아왔다.
아침마다 묵주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일요일마다 새벽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내 안의 혼란을 붙잡아주는 유일한 끈이 신앙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제 미사를 마친 후,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고백성사를 했다.
지난 7개월 동안 직장을 잃고, 스스로를 잃고,
가족과 몇몇 지인 외에는 거의 모든 세상과 거리를 두었다.
성사를 준비하며 내 잘못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세상에 대한 원망,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실망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신부님께 내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죄를 고백하기보다, 하소연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그러자 신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접목을 하려면 나무의 표피를 벗기고 살과 살이 맞닿아야 합니다.
그 과정은 아픕니다. 하지만 결국 하나가 되어 더 단단히 자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어떤 신부님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어린 암 환자를 고백성사에서 만났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길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내가 겪는 이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사무실에 출근한다.
고립되고 외롭고 막막한 하루가 시작되지만, 그래도 나는 희망을 이유로 문을 열고 나온다.
오늘 좋은 소식이 없다면, 내일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그 내일을 향해 나는 오늘도 나와 싸운다.
한 걸음씩, 더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