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인공위성

엄마의 사진첩

by 희미스타



누워서 폰 사진첩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멈추었다. 엄마 물건을 정리하다가 '이건 찍어놔야겠다'며 남겨두었던 몇 장의 사진이었다.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그냥 읽기에도 어려운 약 이름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약통에 적어둔 엄마의 글씨. 언뜻 보면 어린아이 글씨 같기도 했지만 그 모양이 참 간결하고 차분했다. 무슨 약의 가짓수가 이렇게 많은지, 내가 모르는 엄마는 너무 많은 고통을 버텨내고 있었다.


약 이름을 하나씩 다 읽어보고는 다음 사진으로 넘어갔다. 엄마가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머리빗 사진에는 엄마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어있었다. 다음 사진으로 넘어간 나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감정이 올라왔다. 내 생일 기념으로 내 이름이 들어간 물병을 스스로 만들어 엄마에게 주었는데, 엄마는 그 물병을 항상 가방 옆 주머니에 넣어 다니셨다. 내가 준 물건을 마지막까지 잘 사용하고 있었다는 기쁨과, 이제는 이 물건을 사용해 줄 엄마가 없다는 슬픔이 교차했다.


혹시나 아직 엄마 번호로 누군가의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는 엄마폰을 한동안 내가 가지고 있겠다고 했었다. 내 폰은 한쪽에 놓아두고 엄마 폰에 케이블을 연결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찍은 사진이 100장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마당에 있던 꽃 사진과 손주 사진, 치매 예방에 좋다며 내가 사준 직소 퍼즐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그 사이에 지인들과 나들이를 갔을 때 찍은 듯한 연예인 사진도 몇 장 보였다. 내가 한참 해골 모양을 좋아하던 시절의 사진도 한 장 있었다. 엄마가 참 좋아했던 군산 여행에서 연탄불에 쫀디기를 굽고 있는 나였다.


사진을 넘기다 보니 마지막쯤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찍어둔 것이 보였다. 호스피스는 절대 가고 싶지 않다고 했던 엄마가 호스피스 이용 의향이 있음에 체크를 한 서류였다. 물론 서류 자체는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경우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색해서 전화를 걸고 받는 것 외에는 잘 못하던 엄마가 사진 찍는 법을 배워 남긴 흔적이었다. 이 서류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엄마의 사진첩 폴더를 만들어 나의 외장하드에 엄마의 흔적을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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