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남동생 : 큰삼촌 연락 오면 받지 마라. 돈 빌려 달란다.」
「나 : 염병하네.」
「여동생 : 진짜 대단하다.」
엄마가 있을 때도 돈돈 거리더니 이제 큰누나 죽고나서 조카들한테 손을 벌리네. 큰삼촌은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생각도 안 하지. 우리는 너무 잘 알아서 엄마 돈에는 욕심도 없는데. 삼촌이 사고쳐서 엄마한테 돈 달라고 할 때마다 척척 내주던 그게 다 엄마 살점이라고.
「남동생 : 음주운전 벌금 나온거 안내고 버티다가 구속 된다니까 돈 없다고 연락 왔더라.」
「나 : 구속되라 그래. 그게 속 편하다. 감빵 안 가본 것도 아니고.」
나는 아직도 엄마가 큰삼촌 옥바라지 한다고 속옷이며 음식이며 바리바리 싸들고 면회 가던 그 보따리를 잊지 못한다. 우리는 아직 국민학교 입학도 하지 않았을 때였다. 엄마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줄줄이 낳았어도 외갓집 장녀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두집 살림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남매가 줄줄이 전화를 받아주지 않자 한동안 연락이 없는 듯 했으나 반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똑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언니 : 큰삼촌한테 돈 빌려 달라고 전화 옴. 받지 말고 돈도 빌려주지 말 것. 외갓집 유선 전화로 왔어.」
「여동생 : 해도 언니나 남동생한테 하겠지.」
「언니 : 우리가 반응 없으면 너네한테도 할까봐 그래.」
어차피 큰삼촌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그 어느 누구 하나 반갑게 받을 리 없었지만, 돈 줄 때 까지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찾아왔던 걸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처럼 큰삼촌이 애틋하지도 않고, 돈 필요할 때만 큰누나 찾는 거, 유쾌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각자 살자.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