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인공위성

아구찜과 저장배추

by 희미스타


엄마가 좋아했던 아구찜을 포장해 왔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에 어지간하면 호감을 표하지 않는 엄마가 늘 항상 언제나 오케이를 외치는 음식이었다. 게다가 그곳은 동네에 있는 몇 개의 아구찜 가게 맛을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엄마 마음에 쏙 들어 낙찰된 가게였다. 그 집 대구뽈찜도 엄마 입에 잘 맞았는지 평소보다 잘 드셔서 엄마에게 밥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항상 그 집에 갔던 것 같다.


엄마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앞에 두고 간소하게 엄마상을 차려주고는 나도 적당히 점심을 먹었다. 엄마가 계실 때에도 엄마집에 오기 전에는 항상 전화로 먹고 싶은 것이 있는지 뭘 좀 사갈지 물어봤었다. 내 식비는 그렇게 아끼면서 엄마가 뭐라도 얘기할라치면 부족함 없이 사갔다.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 한정되어 있는 데다가 치료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을 수가 없어서, 우리 남매는 엄마가 얘기하는 음식이면 우리가 잘 안 먹는 것이라도 일단 많이 사다 날랐던 것 같다.


이제 집정리도 많이 한 것 같고 오늘은 티브이나 좀 보다가 가야지. 습관적으로 더 정리할 건 없나 하고 창고를 열었는데 지난번에 봤을 때는 나지 않았던 이상한 냄새가 났다. 아빠가 먹으려고 갖다 놓은 고구마가 박스 안에서 상하고 있는 걸까.


''창고에서 이상한 냄새 나….''


내 말에 남동생이 창고를 들여다보더니 대뜸 아빠 쪽을 쳐다보며 화를 냈다.


''고구마 먹는다고 창고를 그렇게 들락거리면서 썩는 냄새나는 것도 몰랐나!''


동생과 나는 창고 한편에서 썩고 있는 것을 모두 끄집어냈다. 엄마가 매년 저장해 두고 먹는 배추와 무였다. 누가 이걸 다 먹는다고 참 많이도 해놨다 싶었지만 엄마가 하나하나 손질해서 담아두었던 거라 생각하니 땅에 파묻기 미안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이것들을 관리할 사람이 없었다.


속이 답답해서인지 단발 길이도 안 되는 머리카락이 거슬렸다. 엄마가 자주 놀러 가던 미용실에 가서 커트나 해야지. 머리는 어지간하면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라 미용실이고 이발소고 잘 가지 않는데, 전에 엄마랑 갔을 때 시원시원하게 머리를 잘라주셨던 기억이 있어 다시 한번 가보려고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엄마 없이 혼자 가게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낯이 익는데…?''


미용실 사장님은 나를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셨다.


''엄마랑 같이 왔었어요.''

''엄마 성함이…?''

''오@@ 씨요.''

''아이고, 엄마 그렇게 되셔서 어쩌누….''

''하하…. 오늘은 그냥 머리 하러 왔어요!''

''그래. 어떻게 해줄까!''


잠깐의 어색한 인사치레를 뒤로 하고 내 목에 보자기를 둘러준 사장님은 이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 볼 요량인지 계속 잔잔한 농담을 던지셨다. 사장님이 이발기로 내 뒷머리를 깔끔하게 날리시는 동안 참 진부하고도 하늘에 붕붕 떠있는 듯한 농담은 계속되었다. 엄마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사장님은 왠지 내가 울적해할까 봐 일부러 엄마 얘기를 피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루이틀 만에 또 쑥쑥 자란 도라지밭의 잡풀을 조금 뽑고 나니 다시 배가 고파졌다. 그래도 한 며칠 잡풀을 뽑는다고 땅을 열심히 뒤집어 팠더니 새로 올라오는 잡풀들은 호미로 힘들게 파지 않아도 쉽게 뽑혔다. 그리고는 낮에 엄마상에 올려놨던 아구찜을 데워 먹기로 했다.


나는 사실 먹는 방식이 번거로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뼈도 가시도 바르기 싫어하고 가능하면 한입에 쏙 넣어서 걸리는 것 없이 목구멍으로 깔끔하게 다 넘어가는 음식이 좋았다. 이런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엄마가 좋아해서 같이 먹으러 다녔을 뿐, 내가 좋아하는 순살 곤이를 다 집어먹고 나면 뼈나 가시를 발라야 하는 것들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아구찜이든 해물찜이든 가시가 있는 것이 나오자마자 나 외에 아무도 반기지 않는 곤이를 모두 내 앞에 모아주었고, 그걸 다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는 내 앞에 생선살만 빠르게 발라 놓아주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아빠가 다 먹기 전에 엄마나 한 점 더 먹으라며 잔소리를 해도, 귀찮다고 뭘 잘 안 먹는 내 꼴이 보기 싫으셨는지 잔가시 하나 없는 깨끗한 살점만 입에 넣어주었다.


나는 식탐이 많은 것 치고는 맛없고 귀찮다고 안 먹는 음식이 참 많았다. 엄마는 귀찮은 것을 다 도맡아 하면서도 식욕이 없어서 매일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 같았다. 엄마 입장에서는 내가 엄마처럼 아플까 봐 어떻게든 먹이려고 하셨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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