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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마실 Apr 15. 2018

결혼 no 함께 살기 yes

스웨덴 동거 제도 삼보 (Sambo)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스웨덴의 동거 제도인 삼보 (Sambo)이다. 삼보가 무엇인지, 삼보와 결혼의 차이, 그리고 삼보 제도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풀어 보려고 한다.



*스웨덴 내에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삼보 비자 (동거인 비자, 스웨덴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한 집에서 같이 사는 스웨덴인의 파트너가 받을 수 있는 비자) 때문에 삼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포스팅은 비자 문제를 제외한 스웨덴 사람들의 삼보 제도만을 다뤄 보도록 하겠다.



*Singel: 싱글. 애인 혹은 파트너가 없는 경우.

*Särbo: 애인 혹은 파트너가 있으나 따로 사는 경우.

*Sambo: 애인 혹은 파트너가 있고 같이 사는 경우.

*Gift: 애인 혹은 파트너와 결혼함 (스웨덴은 동성 결혼이 가능한 나라)

*Skild: 헤어짐 (이혼 혹은 헤어짐)


*스웨덴어 교실에서 mambo도 배웠는데 부모님 모두, 혹은 한쪽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경우는 mambo라고 한다.

*särbo, mambo는 거의 안 쓰임. 스웨덴 친구한테 mambo에 대해 말해봤는데 그 친구가 입가를 씰룩이며 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았다.


https://goo.gl/Z64iZf


-삼보 제도 (Sambo) 란 무엇인가?

삼보(Sambo)는 sammanboende 의 약어로, 두 단어인 samman (together)과 boende (att Bo = to live, boende = att bo 의 현재분사형, 즉 living) 가 합쳐진 단어이다. 단순히 말하면 한국의 '동거'와 같은 의미이지만, 스웨덴에서 삼보 제도는 '커플'인 두 사람이 같이 살고 집과 가구 등 자산을 공유하는, 말하자면 동거와 결혼의 중간 정도 되는 제도이다 (한국어로 가장 비슷한 단어는 아마 '사실혼'이 아닐까 싶다). 스웨덴 내 가족 형태로서의 동거는 1960년대에 시작되었고, 1970년대에는 결혼 비율의 감소와 동거 비율의 급증이 동시에 일어났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지만 스웨덴에선 이러한 현상 및 과정이 가장 빠르게 나타났다 - (Trost, 2016). 이후 가족 형태로서의 동거는 1988년도에 공식적으로 제도화되었으며 (1987년에 입법이 된 것 같다. 스웨덴 자료에선 1987년이라고 해야 삼보 제도를 찾을 수 있다), 2003년에 내용이 보강되어 '2003년 동거인 법'으로 되었다 (최금숙, 2008).


삼보를 하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스웨덴 인의 경우 세무서 (Skatteverket, Tax agency in English)에 파트너가 같은 주소로 등록이 돼있으면 된다. 예전에는 삼보를 한다고 따로 세무서에 등록을 할 수 있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주소로 등록이 되어있다고 바로 삼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몇 개월 이상이 지나야 삼보 관계로 인정이 된다고 하는데, 걸리는 기간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 검색을 해보니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라고 하는데, 공식적인 정보는 아니다 (스웨덴인-외국인 커플의 경우 스웨덴인-스웨덴인 커플과는 달리, 따로 삼보 관계를 세무서에 등록을 해야 한다. 비자도 따로 신청해야 한다). 이 관계는 상대방이 주소를 옮기거나, 죽거나, 상대방이 재산 분할을 신청하는 경우 종료된다 (https://goo.gl/Xa2i5n).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삼보를 선택할까?

스웨덴에서 삼보는 매우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에는 20세 이상 성인 중 130만 명이 삼보 형태로 살고 있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뜻. 스웨덴 전체 인구는 1000만 명도 안됨) 이는 스웨덴에 사는 20세 이상 성인 중 대략 5분의 1은 (18.3%) 결혼하지 않고 파트너와 같이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Statistics Sweden, 2015). 이는 유럽 연합 국가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ibid.)


*2016년 통계에 의하면 동거 인구가 180만 명으로 2011년보다 많이 늘었다 (Sveriges Radio, 2016)*


스웨덴 성인의 5분의 1이라고 하면 그렇게 많은 수치는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체감 수치는 생각보다 높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스웨덴 친구들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다른 경우 지만, 남들에게 소개할 때 호칭은 남편 (husband)과 아내 (Wife)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삼보로 사는 분들도 꽤 많다. 하지만, 삼보가 얼마나 일반적인가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건, 바로 삼보 인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청년층 에서이다. 특히, 20대, 30대의 젊은 커플들을 보면,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코리도 (숙소의 형태.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서 산다는 점에서 홈셰어와 다르다. 주방 혹은 샤워 공간을 공유한다. 우리 코리도의 경우 주방만 공유)에 사는 스웨덴 친구에게 삼보와 결혼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딱히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삼보가 있잖아. 아이를 가지면 결혼을 할 것 같긴 한데.”


다른 친구들에게 (같이 사는 파트너가 있는) 결혼할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적은 많이 없다 (스웨덴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캐묻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여태까지 나에게 결혼 계획을 얘기하는 친구는 없었지만 동거를 오랫동안 해온 친구들은 많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친구의 형제가 결혼을 준비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다 - 20대 중반인데 10년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삼보가 적어도 청년층 사이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제도와의 차이는?


삼보와 결혼의 차이는 별로 없다. 차이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이다. 첫 번째는 얼마나 쉽게 시작하고 끝낼 수 있느냐의 차이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삼보는 일정 기간 같이 살기만 하면 삼보로 인정이 되고 한쪽이 주소만 바꿔도 끝낼 수 있지만 결혼은 다르다. 결혼의 경우 공식적으로 결혼 증명서 (marriage license) 가 나온다는 것도 다르지만 스웨덴의 경우 결혼을 하려면 결혼식을 반드시 해야 하고 (심지어 결혼식 9주 전에 결혼 증명서를 세무서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https://goo.gl/tyQR7z) 이혼할 때도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두 번째는 배우자 사망 시 재산 분할의 차이다. 결혼한 커플과는 달리 삼보 커플은 삼보 커플은 서로의 재산이나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Sveriges Radio, 2016). 만일 삼보 커플 중 한 명이 사망했는데 아이가 있는 경우, 모든 재산은 아이가 받는다. 이와 달리 결혼을 했다면 살아남은 파트너와 아이가 이를 나눠 가진다.


이런 차이를 제외하면 삼보와 결혼은 차이가 없다. 스웨덴의 경우 아이를 낳으면 자녀 수당 (barnbidrag in Swedish)을 받는데 내가 알기론 아이가 있는 가정은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이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6세 이하 아이들에게 적용되지만 아이가 16세 이후에 2차 교육을 받거나 한집에 같이 산다면 자녀수당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다자녀 수당도 따로 있는데 2명부터 자동으로 적용됨) (Barnbidrag, 2018). 즉,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결혼한 사람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차이가 있다면 결혼한 사람은 커플링을 끼고 다닌다는 점? (스웨덴에서는 결혼을 한 커플들만 커플링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른 나라 동거 제도와 삼보 제도의 차이

스웨덴의 삼보 제도는 다른 나라의 제도와도 차이가 있는데, 무엇보다 매우 쉽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프랑스의 경우만 봐도 PACS (pacte civil de solidarité)라는 비슷한 동거 제도가 있는데, 팍스를 하기 위해서는 (Pacser라는 동사가 따로 있다. i.e. Je me pacse | Je suis pacsé(e)) 따로 등록을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스웨덴의 경우 주소만 등록을 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가 훨씬 간단하고 쉽다. 네덜란드도 스웨덴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다른 나라의 경우는 잘 모른다 (ㅠㅠㅠ).


-삼보, 그리고 이에 관한 생각

한국에도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화를 시킬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한국에 살았던 사람의 시각으로 본 스웨덴의 삼보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관계와는 많이 달랐다. 우선, 삼보는 관계 당사자 중심적이다. 삼보를 하기 위해선 서로의 동의, 그리고 같이 살 집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개입이 없다 (무엇보다 개입할 권리가 없다. 가족 및 친지가 다 큰 성인의 결정에 개입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함). 가족들과 교류를 하긴 하는데 삼보-다른 삼보의 가족의 형태이지 삼보의 가족-다른 삼보의 가족의 형태는 아니다 (내가 본 모든 커플. 결혼한 커플은 모르겠다). 두 번째는, 상호 독립적이다. 동반자로 같이 살아가는 거지만 그 말이 서로에게 필요 이상으로 의존한다는 말은 아니다. 연대한다는 말이 가장 적합한 말 같은데, 예를 들어, 경제적인 책임도 동등하게 지고 양육을 하더라도 동등하게 제 몫을 한다. 사정에 의해 한쪽이 더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쪽이 경제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 혹은 아예 수입이 없는 반면 다른 쪽은 경제 활동을 하고 있음 혹은 한쪽이 회사 사정상 육아휴직을 많이 낼 수가 없음) 한쪽만 책임을 지는 경우는 없다. 마지막으로 관계 중심적이다. 여기서 말한 관계 중심적이라는 말은 서로 간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서로 사랑을 해야만 삼보를 유지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관계를 끝낸다. 한국에서 쉽게 듣는 말 중에 '자식 때문에 같이 산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선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어차피 삼보를 하고 헤어져도 책임은 함께 지기 때문. 직접 양육을 하는 쪽이 따로 있을지는 몰라도 그 외 나머지는 함께 책임을 진다.


*이혼이나 헤어짐 후에 스웨덴 사람들이 겪는 재정 지출은, 남녀 모두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2012)


위에 써놓은 말은 삼보에 관해서 써놓은 것이지만, 결혼 등 다른 가정 형태에도 해당이 되는 말이다. 한쪽에게만 특정한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 아닌 같이 책임을 진다는 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애정 여부가 중요한 것, 당사자들이 결정한다는 점은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관계에 모두 적용이 된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이혼율이 한국보다 높지는 않으나 (비슷함) 이혼하거나 헤어지고 난 후에도 둘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왕래를 하고 함께 양육을 한다는 점이 한국과 차이가 난다 (그래서 연인이 있으면 연인 부모님의 전 여자 친구 남자 친구, 혹은 현 파트너 혹은 배우자랑도 왕래를 함). 그리고 사랑 여부가 중요해서 그런지 한 친구는 나에게 젊을 적 만나서 쭉 사랑해온 노부부를 보면 로맨틱하고 멋진 기분이 든다고 말했었다. 아직까지 파트너의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진 커플은 보지도 못했고 들어본 적도 없으므로 이것도 맞는 것 같다 (결혼식 할 때 부모님을 초대하는 경우라면 통보는 하는 것 같다. 오라고...).  내가 가장 놀란 건 스웨덴의 관계는 매우 관계 지향적이라는 점과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끝까지 함께 책임지고 가족으로써 함께 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스웨덴 커플이 관계 지향적일 수가 있는 이유는 남성 혹은 여성이 관계를 끝내고 서로에게 큰 타격이 없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스웨덴의 경우 성별 관계없이 경제 활동이 활발하고 (스웨덴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이미 2002년에 80%에 육박했으며, 지금은 더 증가했다. 즉,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음), 모두에게 주어지는 육아의 기회와 책임 (파트너 두 명 모두 90일의 의무 출산 휴가 (유급)를 반드시 써야 함, 헤어져도 어차피 평생 함께 책임짐) 관계만을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 이혼하거나 동거 후 헤어진 사람에게 낙인을 찍지 않음). 아직까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 아이가 있으면 함께 끝까지 책임지는 건데 (매우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건지 아직 모르겠다), 이해 여부와 관계없이 관계와 상관없이 합의하에 내린 결정에 책임지는 행동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낙태가 허용되는 나라인 만큼, 출산을 했다면 그만큼 책임의식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 생각됨).


끝으로, 혹시 이 글을 보면서 스웨덴의 삼보 제도와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만 써놓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제도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제도의 디테일한 부분 때문에 제도 개정에 대한 말은 나오고 있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스웨덴 내 부정적인 여론은 찾기 힘듭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비혼이나 혼전 동거 (A.K.A. 결혼 인턴)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결혼 제도에 대한 회의와 동거 제도에 되한 관심이 표출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글은 '이런 제도가 있고, 이렇게 실행되는 나라도 있다'라는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ference: *(링크 제외)

Forsakringskassan.se. 2018. Barnbidrag. [online] Available at: <https://www.forsakringskassan.se/privatpers/foralder/nar_barnet_ar_fott/barnbidrag> [Accessed 14 April 2018]. 


OECD, 2012. The Future Of Families To 2030. [online] OECD. Available at: <http://dx.doi.org/10.1787/9789264168367-en> [Accessed 14 April 2018]. 

Statistiska Centralbyrån. 2015. Statistics Sweden. [online] Available at: <https://www.scb.se/en_/Finding-statistics/Articles/Marriage-now-more-common-in-Sweden/> [Accessed 14 April 2018]. 


Sveriges Radio, 2016. What Does It Mean To Be A 'Sambo' In Sweden?. [podcast] Radio Sweden. Available at: <http://sverigesradio.se/sida/artikel.aspx?programid=2054&artikel=6251716> [Accessed 14 April 2018]. 


TROST, J., 2003. Marriage, Cohabitation and LAT Relationships. INTAMS review, 9(1), pp.95-96. 


최, 금., 2008. 스웨덴 88년 동거인법 도입… 性과 관계없는 동거인에도 적용. [online] Lawtimes.co.kr. Available at: <https://www.lawtimes.co.kr/Legal-Opinion/Legal-Opinion-View?serial=44431> [Accessed 17 Apri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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