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마실 Mar 03. 2018

스웨덴 커플이 같이 사는 법

스웨덴 연인들의 동거

동거. 같이 산다는 의미도 있지만 커플이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산다는 의미도 있는 단어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져 있던 단어 이기도 하다. 한국도 청년층 사이에서 혼전 동거에 대한 찬성 비율이 2008년 56 % 였지만, 2016년엔 61.7 %,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 통계 상으론 80% 에 육박하는 등 동거에 대한 인식이 젊은 층부터 서서히 변해가는 추세지만, 자신의 결혼 상대의 혼전동거 경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과반수를 넘는 등 아직까지는 동거 경험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반응이 많았다 (https://goo.gl/YeiUx1 ; https://goo.gl/Pso4Zz).


그럼, 스웨덴은 어떠할까. 특별한 통계는 없지만 보통 공식적인 관계가 된 후 (스웨덴에서는 데이트를 계속하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데이트 상대에게 지금 자신과 그 상대가 연인 관계인지 묻는다. 내 연인이 되어줄래?라고 묻지는 않지만 우리 연인 사이야?라고 묻는 것. 이 시기는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7개월 이상 걸리는 커플도 봤다) 1년이 지나면 많이 동거를 시작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공식 연애 기간이 1년이 지난 모든 스웨덴 커플 (스웨덴-스웨덴 커플, 스웨덴-다른 국적 커플)은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을 제외하고 모두 동거를 한다. 동거 비율이 높고,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삼보 (Sambo) 커플이 많기 때문에 (심지어 부모님이 삼보만 하셨다는 친구들도 상당하다. 다음 포스팅에서 바로 다룰 예정이다) 스웨덴에서의 연인 간의 동거는 매우 당연한 일이고 심지어 부모님을 포함한 친지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동거 이야기가 오고 간다.


동거에 대한 여러 가지 주제가 있겠지만 이번 포스팅에선 스웨덴 커플, 특히 학생-학생 혹은 학생-직장인 커플이 어떤 식으로 동거를 하는지에 대해 써보고,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하며 글로 풀어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일반적인 설명과 더불어 몇몇 커플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커플 유형은 이러하다. 직간접적으로 친구들에게 물어본 것도 있고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이 경우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스웨덴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이다. 


1. 스웨덴인-외국인 학생 커플 A

2. 스웨덴인-외국인 학생 커플 B

3. 스웨덴인-스웨덴인 학생 커플 C

4. 스웨덴인-외국인 직장인-학생 커플 D



- 집 구하기

학생인 스웨덴 커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은 바로 Queue point (보통 하우징 에이전시에 등록을 하고 기다리는데 기다린 시간이 길 수록 큐 포인트가 높다. 중간에 몇 번 이상 계약을 하면 다시 처음부터 줄을 서야 한다)를 사용하는 것이다. 방 구하기에서 포스팅한 것처럼, 스웨덴에서는 각 지역 (Kommun) 별로 하우징 컴퍼니에서 제공하는 집에 월세로 들어갈 수 있게 중개해주는 하우징 에이전시 (Bostadförmedling)에서 줄을 설 수 있는데 웁살라 하우징 에이전시의 경우 처음 줄 서기를 하면, 큐 포인트를 두 번, 포인트 소멸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그래서 학생 커플의 경우 둘 중 누가 더 큐 포인트를 쓰면 좋을지 상의해서 같이 살집을 구한다. 커플 C는 이런 형태로 지금 3년 이상 같이 살고 있고, 졸업을 하면 집을 다시 구할 예정이다. 커플 A는 현재는 임시로 같이 살고 있지만 곧 같이 살집을 구할 예정인데 이 방법을 쓸 예정이다. 


이 방법이 아니면 아예 집을 사는 방법이 있는데 커플 B는 이 방법을 선택해서 잘 살고 있다. 이 방법을 쓴 경우 대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드물다. 대개 직장에서 돈을 어느 정도 모은 커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후 함께 값는다.


이 외에는 스웨덴어로 Andrahand, 즉 방이나 집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과 계약해서 월세를 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짧고 구하기가 어렵다. 아직까지 이 방법을 쓰는 스웨덴 사람은 본 적이 없다.  


- 집세와 생활비

집세는 (모두 공통일 것이다, 장담한다) 반반씩 분담한다. 그리고 생활비는 커플마다 다른데 예를 들어보겠다.


1. 커플 A는 장보기 비용, 외식 비용 등 식비를 같이 분담하지만 품목마다 비율이 다르다. 외식 비용은 자신이 시킨 것만 각자 계산하는데, 한 사람이 결제하면 다른 사람이 바로 입금해 주기도 한다. 다만 장보기 비용은 (주로 식비) 여자가 40%, 남자가 60%를 분담한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 바로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보다 두배 이상을 먹기 때문. 하지만 각자 혼자 먹고 싶거나 같이 먹고 싶은 것을 따로 사는 경우 그 비용은 청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류, 각종 장비 (컴퓨터 등), 화장품 등은 각자 해결한다. 


2. 커플 B 역시 모든 비용을 반반씩 하는데 예외 품목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바나나'.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 모두 바나나를 너무 좋아해서 바나나는 아예 개인 지출로 돌리고 서로 자기가 산 바나나는 공유하지 않고 혼자 먹는다고 한다. 역시 이외 개인 생활비는 각자 해결한다. 


커플 C와 커플 D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 커플들 이야기는 아니지만 생활비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같이 쓰는 커플도 있다. 즉, 개인적인 사용을 위한 품목을 제외하고 모든 비용은 반반이다. 집값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웁살라 같은 경우, 2인이 살 수 있는 집의 (방 두 개 혹은 세 개) 한 달치 집세는 대략 5600 SEK (1 SEK = 130~135 KRW. 5600 SEK 이면 한국 돈으로 대략 75 만원쯤으로 한 사람이 37만 원 정도를 내는 것이다)에서 13000 SEK 까지 다양하다 (줄을 서서 구할 수 있는 집의 가격으로, Andrahand 라면 훨씬 비싸다). 생활비는 각자 다른 점이므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스웨덴 학생들은 CSN (The Swedish Board of Student Finance, 스웨덴 학생이라면 이 곳에서 매우 낮은 이자로 매달 대략 10000 SEK (최소 130 만원) 정도의 금액을 을 최소 6년 간 대출받을 수 있다)으로 생활비 밑 집값을 충당하므로 학생인 기간 동안 돈을 따로 벌지 않고도 금전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 집안일 분담

집안일도 역시 반반씩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커플마다 사소한 차이가 난다. 사실 집안일 분담에서 커플들끼리 크게 싸우지는 않아도 사소한 트러블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트러블을 극복해나가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1. 커플 A의 경우 모든 집안일은 같이 하되 (빨래, 청소, 요리 등) 설거지만 하루씩 당번을 정해서 하기로 했는데, 서로 설거지 방식이 달라서 곤란을 겪은 이후엔 임시방편으로 현재는 공동으로 사용한 요리 도구는 하루씩 돌아가며 설거지를 하되, 그 외에는 각자 먹은 것만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2. 커플 B와 커플 C의 경우 요리는 같이 하기도 하고, 당번을 정해서 하기도 한다. 누가 요리를 지나치게 많이 한 날은 이 요리가 며칠간의 점심이 되기도 한다.

  

3. 커플 D는 요리는 당번을 정해가면서 하는데, 저녁은 먼저 온 사람이 해놓는다 (여자 친구가 학교에서 과제를 하다가 늦을 때가 있는데, 남자 친구는 그때 퇴근해서 요리를 만들거나 저녁을 사놓는다). 집안일도 분담을 하는데, 대체로 잘 맞는다고 한다. 가끔 정리정돈과 빨래에서 부딪히기는 하지만, 서로 맞춰가고 타협하면서 재분담 한다.


- 스웨덴 vs 한국

짧게 스웨덴 에서의 동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리하면, 집 구하기부터 집안일까지 연인끼리 '같이' 시작해서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국에서 동거를 하는 커플도 있고, 모든 것을 함께, 평등하게 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겠지만 스웨덴의 동거와 한국의 동거는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온다. 스웨덴 동거와 한국 동거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첫째는 '결혼'의 유무이다. 한국에서의 동거는 결혼이 연결이 되어있다. 처음에 언급한 설문조사에도 단순한 동거가 아닌 '혼전'동거, 즉 결혼 전 동거 혹은 결혼을 전제한 동거를 말하는 것이었다. 좀 더 과장되게 말하면 한국에서의 동거는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가 아니면 동거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고, 상대방이 동거 경험이 있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이 과반수이다. 이에 반해 스웨덴에서의 동거는 결혼과 연결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으며 동거 가족 역시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진다. 이 차이는 동거, 특히 삼보를 하면 혼인과 거의 비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밑받침하지 않았나 싶다 (삼보랑 결혼의 차이는 미미한데, 가장 큰 차이는 자녀가 있을 때 커플 중 한 사람이 죽었을 때 재산 분할에 대한 차이 정도만 존재했다.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 


두 번째는 동거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유무이다. 한국에서 동거 경험이 있다고 하면 '결혼 생활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라며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거에 대한 낙인은 인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에 따르면 (2017), 동거 커플의 절반 이상이 주변으로부터 동거로 인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정부 혜택에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는 커플도 절반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지난번에 본 까칠남녀 (23회)에서 한 패널 분이 "동거를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를 바탕으로 결혼 가정과 동거 가정 간의 법적 제도적 차별이 만들어졌다"는 표현을 했는데, 나는 이 말에서 많은 공감을 했다. 동거 자체를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서는 동거를 막기 위해 차별을 만들어 낼 것이다. 반대로, 동거가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지는 스웨덴에선 동거에 대한 낙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거 가족의 비율이 이미 40%를 넘고, 동거 생활을 해도 법적 차별이 없으며, 동거 생활을 하다가 헤어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부모와 상의할 수 있는 나라에서 동거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을 리는 없다.

http://bit.ly/2F9UVCD


결국, 스웨덴과 한국의 동거의 차이는 동거가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느냐 안되느냐에서 갈린다. 그리고 이 차이는 가족의 형태의 다양성을 용인하는가에 대한 차이, (많이) 나아가 성에 대해 얼마나 보수적인가 에서 나온 차이가 아닌가 싶다. 


Fathers by Susanne Walström (imagebank Sweden)

Autumn stroll by Miriam Preis (imagebank Sweden)




- 끝으로

스웨덴에서의 미래를 꿈꾸는 나는, 동거 역시 내 인생에서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해서 오랜 기간 동거에 대해 생각해봤다. 스웨덴에 오기 전에는 '혼전 동거'에만 찬성이었고, 그마저도 내가 '여자'라서 동거를 한다면 받을 사회적 낙인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섰었다. 하지만 동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스웨덴에 오고 난 후, 어느 순간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동거와 결혼이 다른 삶의 형태로 존중받는 것을 보면서, 동거와 결혼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시작했고, 동거 경험에 대한 (특히 성별에 따른) 사회적 낙인 문제에 대해선, 개인의 가족의 형태에 대한 선택을 사회가 재단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에 있은지 불과 2년도 안된 내가 생각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아주 사소하다. 바로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고, 동거 사실을 자연스럽게 공개하고 그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연인과 동거를 시작하는 친구들은 이 사실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모두에게 축하를 받는다. 진지한 관계를 시작하고 나면 동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동거에 대한 내 생각의 변화는 사회적 용인, 제도적 뒷받침이 특정한 것에 대한 개인적 인식, (나아가) 사회적 인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예라고 생각한다 (사실 부모님 등 동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계시는 윗세대 분들 에게도 외국은 예외인 듯하다. 이곳에서 동거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모두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의 다른 가족의 형태에 대한 생각과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바뀌었듯이, 한국에서도 좀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받아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라는 프레임에 얽매이고 상처받는 사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글을 마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것처럼 다음 포스팅은 스웨덴 동거 제도인 삼보 (Sambo)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배경 사진: Equal rights by Carolina Romare (imagebank swede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