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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회 Oct 10. 2019

엄마를 위한 일기

평범한 50대에서 유방암 환자가 된 엄마 관찰일기



한 주 전 건강검진을 받고 온 엄마는 유방 쪽에 종양이 관찰된다며 정밀 검사가 필요함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그 후, 2019년 7월 4일 목요일 오후 5시경. 엄마는 유방암 확진을 받았다. 보호자로 검사 결과를 함께 들은 나는 심장이 바닥에 툭 떨어진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다. 엄마는 무너져 내렸고 의사 앞에서 세찬 눈물을 쏟아냈다. 애써 아무것도 아니란 듯 엄마의 어깨를 토닥이며 아무 말 없이 온 힘을 다해 엄마를 위로했지만 나 또한 그 순간 무너져 내렸다. 억울했다. 아빠가 식도암으로 고생한 지 3년이 지나고 이제 좀 숨통이 트였는데 어쩐지 너무 행복한 요즘이다 했다.


원인을 묻는 내 말에 의사는 질병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이미 확진을 받은 시점에서는 그것에 집착하기보다 앞으로의 치료에 더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현실적인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고 나를 결연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 순간 본인만큼 슬플 사람은 없기에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며 내가 엄마를 지켜야 했다. 의사는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고 바로 다음 주에 입원하면 그 후의 계획을 잡아놓겠다고 말했다.


진료실을 나와 초점을 잃은 엄마를 데리고 1층 카페에 같이 앉았다.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엄마는 캐러멜 마끼아또를 시켰다. 택시를 타고 갈 힘도 잃었기에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사실 오늘 병원에 가기 전부터 아빠는 내게 카드를 쥐어주며 무슨 일 있으면 이걸로 해결하라고, 엄마 잘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라며 걱정을 한가득 내보였다. 내 전화를 기다렸는지 연결음 끝에 들려온 아빠의 목소리에선 불안함이 느껴졌다.


아빠. 방금 결과 듣고 나왔는데 엄마 유방암 이래.


엄마 앞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아빠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정말 펑하고 터져 나왔다. 그래도 상황은 제대로 설명해야 했기에 울며 의사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아빠는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아무것도 아니란 듯 괜찮다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아빠의 그 단단함이 나를 조금이나마 안심시켰다. 엄마한테 좋은 말 많이 해주고 있으라며 아빠가 바로 가게 닫고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엄마 앞으로 바로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조금을 혼자 구석에서 울다가 얼굴을 두드리며 다시 엄마에게로 갔다. 엄마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번씩 내 눈을 마주치며 애써 웃어 보였다. 슬퍼 보이는 나를 보며 엄마는 스스로를 걱정하기보다 나를 더 걱정했다.


이토록 슬픈 날이 올까 하는 날들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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