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2022년 6월의 어느 날.
빨래가 쌓였는데 빨래를 못 하겠다는 엄마의 말에 짜증이 났다. 건조기를 쓰고 싶은데 빨래방에 좀 같이 가 달라는 엄마의 부탁에는 더욱이. 나는 귀찮은 마음을 꾹 접어둔 채 돈가스를 사 들고 엄마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널어놓은 빨래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냄새에 예민했던 엄마는 이제 냄새도 잘 맡지 못했다. 빨래를 몽땅 걷어서 다시 세탁기에 돌렸다. 통화할 때만 해도 짜증이 났는데 직접 엄마를 마주하니 또 마음이 안 좋아졌다. 엄마의 상태가 눈에 띄게 부쩍 안 좋아졌다. 작은 것 하나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나에게 다 시키곤 하는데 나는 그런 엄마가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최대한 싫은 티 안 내고 귀찮은 내색하지 않고 엄마를 즐겁게 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며 올라오는 슬픔을 주체할 순 없었다.
엄마는 최근에 간수치가 많이 높아지는 바람에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치료 약물을 간이 버텨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검사를 하고 몸에 이상이 있는지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는데 오늘 그 결과가 나왔다. 간 전이였다. 엄마는 하얀색 점이 간 전체에 여기저기 콕콕 박혀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추가 검사를 위해 입원을 하고 치료 방향을 다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의사는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퇴근 후에 입원을 한 엄마를 만나러 병원에 갔다. 하루 종일 피곤하고 몽롱한 상태였다. 1층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십 분 넘게 기다리니 마침내 아빠가 휠체어에 탄 엄마를 데리고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엄마를 보니 하루 종일 몸을 지배했던 피곤이 싹 가셨다. 정신이 깨끗해지면서 온 신경이 엄마의 머리부터 발 끝에 쏠렸다. 엄마를 보니 난 피곤한 자격이 없음을 느꼈다. 엄마의 간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인지라 피부가 많이 노래졌다. 손 발은 퉁퉁 붓고 배도 부어올랐다. 평생 잘 잡지도 않던 엄마 손을 잡았는데 거칠거칠하고 차가웠다. 엄마 손은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