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시작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상하게도, '시작'이라는 단어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시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뛴다던지, 설렘이 떠올랐다.
이제는 '시작'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함께 동반한다.
혹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벌써 자리 잡은 것일까?
또한 '시작'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단절'.
단절이란 때때로, 새로운 시작을 데려온다는 것을 여러 번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가원과 단절되며, 글을 쓰는 작가로의 시작을 선택했다.
또 몇 개월뿐이었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를 떠나 캐나다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다시 캐나다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나의 장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째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려 한다.
2025년에 [북쪽의 축제: 캐나다의 계절] 연재를 20부작으로 마치고,
어떤 글로 다시 이곳을 채워갈까를 고민했다.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이야기들을 꺼낼 어떤 주제를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50개의 단어>를 통해 글을 쓰는 것이다. 작년 1월,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단어가 주어지고 그 단어에 대해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1000자 이내의 글을 쓰는 기준이 있어서 글자수를 맞추느라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물론 아무리 쥐어짜봐도 1000자의 분량이 나오지 않는 단어도 있었지만.
어떤 형식에 매여 글을 풀어내자니 아무래도 단어를 겉도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중에 제대로 그 단어들을 사유하며 이야기하고 싶었다.
50개의 단어 중에는 누군가가 나에게 건넨 단어도 있고, 내가 정한 것도 있다. 또한 예전에 그것을 주제로 글을 썼던 것도 있고, 새롭게 쓰는 글도 있다. 그러나 아마도 모든 것이 처음과 같을 것이다.
예전에 썼던 글을 찾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져 결국 다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의 좀 더 서툴었던 예전의 글들도 보듬고 사랑해 줘야겠지만,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닌 가 보다.
작년에 썼던 첫 글을 보니 이런 바람을 적었다.
"2025년에는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기를,
사람들이 좀 더 사랑하기를, 우리가 좀 더 웃기를, 몸은 좀 덜 아프기를"
작년을 돌아보니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기는 요원해 보이고, 사람들은 사랑보다는 증오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좀 더 웃는 날이 많았지만, 몸은 여전히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026년에도 거의 같은 바람을 적었다.
"2026년에는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기를, 사람들이 서로 더 많이 사랑하기를, 나와 당신이 좀 더 웃기를, 몸이 건강하기를"
바람과는 조금 다른 다짐을 하나 더 쓰고 싶다.(사실 이 다짐 또한 2025년에 이미 했지만)
"새해에는 잘 쓰고, 또 계속 쓰겠다."
살다 보니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작이라는 단어 앞에 '서투른'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느낌으로.
나는 이미 서투른 시작을 했고, 지금도 그 시작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이가 전남 화엄사라는 절에 갔다가 법당 입구의 매점에 걸린 타월에 이런 시가 적혀있는 걸 봤다고 한다.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
겨울 가고 봄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사람들이 어리석어 꿈속에 살지.
새해는 시작이라는 단어와 필연적으로 맞물려 있지만, 해가 바뀌었다고 시작에만 머무르고 싶지는 않다.
시작하기도, 하던 걸 계속하기도, 어떤 건 끝을 내기도 해야지.
"시작, 지속(계속), 마무리와 끝"은 사실 어떤 지점을 툭 한 번에 잘라낼 수 없는, 한 덩어리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기에.
또 두려움을 동반하는 시작이라지만 결코 '늦은 시작'이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서투른 시작'을 했다면, 우리 모두 조금씩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시작'은 어떤 의미일까.
-희노가
*덧: 첫 글은 1월의 열흘째 날에 발행하고 싶어서 이렇게 토요일에 뵙게 되었어요.
두 번째부터는 화요일, 금요일에 주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모든 독자분들, 참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