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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흰둥 Feb 08. 2019

#01. 귀한 손님

그렇게 그의 프러포즈를 받고, 우리는 그다음 진행에 나섰다.


바로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기!


나는 그의 집에, 그는 우리 집에 '귀한 손님'으로 초대받아 방문했다.


부모님과의 만남에 대해서 누군가는 재검이 존재하지 않는, '일기일회' 관문과 같다고 그랬고, 누군가는 그냥 결혼 준비 과정 속 그저 하나의 평범한 일에 불과하다고 그랬다.  


성격과 환경에 따라 각자 다르게 받아들여지겠지만, 난 다행히 다소 낙천적인 성격 탓에 후자에 속했다. 특히 청심환에 의존해야 하는 친구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했다.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고 하니


"웰컴 투 유부 지옥"

을 외치는 사람들과


"결혼하니까 더 좋아"

라며 하루빨리 결혼을 재촉하는 두 분류로 피드백이 크게 나눠졌다.


유부 지옥을 외치는 그들은 나에게 지독한 희생정신을 발휘해야만 결혼생활을 순탄히 버틸 수 (?) 있다고 충고했다. 희생. 함께 누군가와 맞추어 사는 건 당연한 희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니까 결혼을 하는 게 아닐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므로!



막상 살아보면 연애 때와는 다르겠지만, 그 다름에는 또 다른 안정감이 존재한다고 본다.


부모님으로부터 19살의 나이에 '육체적으로만' 독립했던 나는 불 꺼진 집에 불을 켜고 들어가는 순간이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 나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섰다는 행복감!


그때는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결혼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비혼의 길을 들어설 생각은 솔직히 애초부터 없었지만 '결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역시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정말 그런 안정감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나 보다. 10년쯤을 혼자서 지내다 보니 영원한 안정감이 필요했다.


나는 어쩌면 영원한 안정감이 필요해서
결혼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린 결혼으로 가는 첫걸음 '부모님께 허락받기'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인사드리기를 통해 나는 엄마의 엄청난 요리 실력과 데코레이션 감각에 다시 한번 감탄했고, 아빠의 멈추지 않는 환한 미소에 함께 기뻤다. 삼십일년만에 비로소 제대로 하는 효도 같았다.



또 그의 부모님을 뵀을 때는 너무나 평온했다. 이날 집회의 영향으로 차가 막혀 약속 시간에 조금 늦게 도착하는 치. 명. 적. 인 오류를 범했지만... 부드럽고 인자한 미소로 맞이해 주시는 모습은 이미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승인받은 느낌이었다.


술의 유혹에 늘 넘어갔던 내가 그날은 와인을 눈앞에 두고도 '절제'라는 단어를 몸소 실현했다. 술 한잔에도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초면부터 보일 수 없었기에......


그리고 이날 깨달았다. 결혼할 인연은 정말 따로 있다는 것을. 내 인연이라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가 진다. 흐르는 구름처럼, 부는 바람처럼.


주변 사람들이 한 번씩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뭐였는지 물어본다. 누군가는 특정 포인트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게 없다. 그냥 '그'와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와졌다.


물론 앞으로도 나아가야 할, 혹은 헤쳐 나가야 할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모든 건 순조롭게 잘 흘러 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나와 그가 하는 둘만의 황홀한 사랑 여행, 첫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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