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보내 주고 나서

짧은 작별 인사

by 헤엄


(1).

7월이 벌써 다 끝났다.

7월 31일이 오지 않길 바랐으나 결국, 7월 31일 밤에 7월과 헤어지고자 이런 글을 쓰고 있다. 5월이었을 거다. 울면서 퇴근하던 나는 울기 싫은 마음에 7월의 내게 편지를 썼었다. 행복을 만들어서 7월까지 분주히 달려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7월의 나는 그 편지에 어떤 답장도 할 수 없다. 여전히 나는 행복하지 않다. 여전히가 아니다. 5월보다 더 안 행복하다. 이따금 행복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7월 끝에서 나는 계속 흘러내리는 마음을 주워 담기 바쁘다.

5월의 나는 7월의 나에게 약속했었다. 당시 목표였던 업무 진척도까지 다다라서 너에게 가겠다고. 이외엔 따로 약속한 게 없었다. 업무가 원하는 만큼 진척되면 행복할 것 같았고, 지금도 그렇다. 7월에도 5월 그대로인 업무를 대하며, 제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거듭할 뿐이다. 왜 5월에 그런 약속을 내걸었을까. 왜 7월엔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말까지 꺼냈을까. 약속하지 않았다면, 행복을 약속하지 않았다면 덜 힘들었을 텐데.





(2).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5월보다 더 사랑하게 됐다. 나보다 더 사랑한다. 내 인생보다 사랑하고, 내 죽음보다도 사랑한다. 그 탓에 내일이 두렵다. 내일 7월 내내 일했던 결과를 평가받으러 간다. 평가를 앞둘 때마다 기대를 친구로 삼았었다. 이 말 언젠가 브런치에 했었다. 기대와 가깝게 지내며, 회의실 문 열 때까지 내 옆에 기대를 뒀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기대가 내 시야 어디에도 걸리지 않게끔 계속 내쫓고 있다.

벌써 몇 달째다. 기대와 함께 출근했다가, 절망과 손잡고 퇴근해 왔다. 이번에도 기대를 회의실에 둔 채 절망만 챙겨 나온다면 도무지 집까지 못 갈 것 같았다. 그냥, 이 말로 지금 내 상태를 설명하고 싶다. 지금 내가 얼마나 이르고 한심하게 절망을 마중 나왔느냐면. 오늘 오전에 엄마에게 그런 말을 꺼냈다. 최대한 농담인 척하면서.

“엄마. 만약 내일 회의 결과가 안 좋으면 내일이 내 기일일 거야. 내일 오전에 미리 장례 업체 알아봐 둬. 맞다. 나 사망 보험은 있어? 엄마가 나 없이도 행복할 만큼은 보험금 나오려나?”

난 웃었고, 엄마는 내내 나를 노려봤다. 널 낳아 준 사람한테 그게 할 말이냐는 말이 이어졌다. 농담인 척 더 크게 웃었지만, 역시 나를 낳아 준 사람답다. 농담이 아닌 걸 안다. 아무리 웃어 줘도 속지 않는다. 엄마는 지금도 내게 이런 말을 보냈다.

네가 너무 잘나지고 싶어서 그런 거야. 잘나지고 싶은 마음을 조금만 덜어내 봐. 잘난 척 죽을 생각 말고. 죽으면 너랑 나 인연 끊는 거야. 목숨 끊겠다는 애한테 엄마와의 인연이 뭔 소용이겠냐만은.

그런데 나는 죽어서도 엄마가 보고 싶을 것 같긴 하다. 죽어서도 엄마 딸 하고 싶다. 우리 인연이 생사보다 끈질기고 강했으면 좋겠다. 비록 신실한 기독교인인 우리 엄마는 천국에, 무신론자인 나는 지옥에 가서 생사가 우리를 가르는 순간부터 영영 못 보겠지만. 어찌 되었든 엄마와 인연 끊기는 싫어서 내 마음에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했다. 내일이 오지 않게 하자는 생각이 온 마음을 자꾸 흔들었으므로.




(3).

그리하여 7월의 나는 가을 어딘가를 보내고 있을 나에게 또 행복을 약속해 주기로 했다. 5월의 나처럼 무책임한 선택이다. 미래의 내가 또 다 떠안아야 한다. 그렇지만, 무책임한 선택을 저지르면서까지 내일도 살아보고, 하루씩 조금만 더 살고 싶다는 말로 미래의 나를 달래 본다.





(4).

그러나 이번엔 편지를 쓰지 않기로 했다. 5월의 내가 너무 절절하게 내 행복을 기원한 덕분에 지금 나는 막중한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다. 내일이 오지 않게끔 또는 8월이 오지 않게끔 이쯤에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쉬지 않고 찾아온다. 가을에도 이딴 책임감에 시달리면 안 되므로 편지 쓰기는 관둔다. 대신 아예 가을까지 이어질 프로젝트를 생각해 냈다. 분명 가을에도 나는 내 결심과 부탁에 약할 테므로.

마침 브런치에서 뭔 공모전을 한다는 걸 봤다.

실은 내가 본 게 아니고, 엄마가 알려 줬다. 죽겠다는 말만 하는 딸에게 대뜸 브런치에서 뭔 작가를 찾는다는 말을 대답 대신 꺼낸 거였다. 자세히 확인하진 않았지만, 8월부터 브런치에서 공모전이 열리는 것 같았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 나는 의미 부여 장인이라서 그 공모전을 내일도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가을의 내가 이어받을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종일 고민한 결과 얼추 다 구상했다.

이제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대체 뭘 할 예정이고, 어떤 프로젝트인지 설명하자면. 이번 기록을 끝으로 7월과 하루씩 헤엄치는 기록에 작별을 고하고자 한다. 그리고 8월부터 새로운 브런치 북을 들고 나타날 예정이다. (나만큼 아쉬운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나를 구독해 주는 사람이 열두 명이나 되므로 바로 내일부터 8월이라는 걸 말해 둔다!)

이틀 전에 기록했듯 나는 8월부터 수영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비밀이었지만, 8월부터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상담도 다니기로 했다. 이 두 가지를 묶어서 8월부터 우울증을 치료받는 사람의 수영 도전기로 나를 기록하고자 한다. 이게 내 프로젝트다. 가을의 나도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야 할 테다. 수영도, 우울증도 몇 달 안에 정복할 만한 영역이 아니므로.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게끔 분주히 달려서 가을에 도착하겠다는 약속은 못 해 준다. 그러나 가을에도 내가 살아 있어야 할 이유는 만들어서 가겠다. 이런 약속을 행복 대신 만들었다. 덧붙이듯 약속 하나 더 만들기는 했다. 가을이 오면 이 글에 답장하는 글을 기록할 거다. 7월의 내가 미래로 보낸 글은 없지만, 미래에 도달하면 무작정 답장하기로 했다. 편지 한 줄 안 쓴 주제에 7월의 나는 소망하고 있다.

가을에는 조금이나마 업무가 진행됐기를.

그리고 그땐 업무 외로도 소망이나 소원 같은 게 있기를.




(5).

8월부터 다시 뵙겠습니다!

브런치 공모전에 참가하겠다는 듯이 썼지만, 사실 공모전에 참가할지 말지는 결정하지 않았어요. 그저 공모전이 8월에 열리기에 슬쩍 공모전으로 의미를 옮겨 두었을 뿐입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회의 결과에 따라 불행하고 울적한 글을 쏟아낼 듯한데 시간 내서 제 글을 읽어주는 사람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저는 불행한 글을 좋아하지 않는데, 정작 회의가 가까워지거나 회의 다녀온 이후로는 불행한 글만 내보이는 게 모순 같기도 했고요.

공모전에 낼 만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고민 중인 공모전 빼고 오로지 제 얘기만 하자면요.

저는 워커 홀릭입니다. 일 외에는 딱히 인생도 관심도 없어요. 그나마 독서와 영상물 감상을 취미로 삼지만, 이 두 가지 취미는 일이 없을 때 시간 재촉하는 용도일 뿐입니다. 문제는 업무에 매달릴수록 우울증이 심해지더니, 요즘은 휴가 때마다 극단적인 충동과 싸우고 있어요. 이러다 충동적인 선택을 저지를 것 같아서 8월부터 우울증 치료를 다시 받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8월부터는 우울증 치료와 수영 강습 기록을 묶은 에세이로 찾아오려고 해요. 그래봐야 여태 쓴 글과 별반 다르지는 않을 거예요. 저는 뭘 하든 생각이 많거든요. 수영하는 날이든 정신과 상담에 다녀온 날이든 계속 생각에 잠길 테고, 그 생각을 기록하고 싶어 할 테니까요.

다만! 첫 번째로, 글쓰기의 주제를 정해 두면 어떨지 싶어졌어요. 두 번째로, 저 혼자 상담과 수영 강습 다 착실히 다니겠다고 결심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이런 계획을 알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뱉은 말을 어물쩍 무르는 걸 못 참거든요. 한 번 뱉은 말은 책임지고 끝까지 ‘내 말’로 가지고 있자. 이게 제 좌우명까진 아닌데, 아무튼 제가 평생 지키고 있는 말입니다. 따라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오고, 이따금 기록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는 날에 갑자기 대뜸 찾아오려고요!

그러면 이틀 뒤에 뵙겠습니다!

내일은 회의 당일이라 분명 또 어떤 감정이든 막 쏟아낼 게 분명하므로 이틀 뒤가 좋을 것 같아요. 부족하고 투정 많은 제 글을 읽어 주시고, 구독까지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꼭 혼자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곤 해요. 전 혼자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수영 실력도, 마음 다스리는 실력도 늘리고자 고군분투하는 기록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한 번 더 말하지만, 이틀 뒤에 만나요!



+ 최근 극단적인 충동에 시달릴 때마다 견뎌내고자 듣는 노래를 슬쩍 달아두고 갑니다. 함께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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