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멈춘 날갯짓

by 희온

<멈춘 날갯짓>


한낮 아파트 방충망 위에

말벌 한 마리가 붙었다


저녁이 지나고

다음 날이 되어도

온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더위에 말라버린 것일까

아니면 더 오를 힘이 다한 것일까


10층 높이 바람길을

어디서부터 더듬어 왔을까


날개는 먼지처럼 접혀 있고

검은 줄무늬만 선명하다


삶은 어디까지가 오름이고

어디서부터 멈춤일까


죽음은 추락이 아니라

하늘에 닿지 못한 채

멈춰버린 몸짓인지도 모르겠다



IMG_3673.jpeg 멈춘 날개짓, 희온


- 시를 위한 짧은 설명


몇 해 전, 아버지가 귀갓길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차가 전봇대를 박아 조금 찌그러졌고

아버지는 외상이 전혀 없었어요.


심정지였는지, 다른 이유였는지

사인은 정확히 모릅니다.


한낮 방충망 위에서 끝내

온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멈춰있는 말벌을 보며

그날의 아버지가 떠올랐어요.


시골길이라 오가는 차가 없었던 터라,

아버지는 사고현장에 한참을

홀로 머물러 계셔야 했거든요.


돌아가지 못한 자리,

다 오르지 못한 몸짓.


죽음은 추락이 아니라,

다다르지 못한 하늘 앞에

정지된 몸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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