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아파트 방충망 위에
말벌 한 마리가 붙었다
저녁이 지나고
다음 날이 되어도
온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더위에 말라버린 것일까
아니면 더 오를 힘이 다한 것일까
10층 높이 바람길을
어디서부터 더듬어 왔을까
날개는 먼지처럼 접혀 있고
검은 줄무늬만 선명하다
삶은 어디까지가 오름이고
어디서부터 멈춤일까
죽음은 추락이 아니라
하늘에 닿지 못한 채
멈춰버린 몸짓인지도 모르겠다
몇 해 전, 아버지가 귀갓길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차가 전봇대를 박아 조금 찌그러졌고
아버지는 외상이 전혀 없었어요.
심정지였는지, 다른 이유였는지
사인은 정확히 모릅니다.
한낮 방충망 위에서 끝내
온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멈춰있는 말벌을 보며
그날의 아버지가 떠올랐어요.
시골길이라 오가는 차가 없었던 터라,
아버지는 사고현장에 한참을
홀로 머물러 계셔야 했거든요.
돌아가지 못한 자리,
다 오르지 못한 몸짓.
죽음은 추락이 아니라,
다다르지 못한 하늘 앞에
정지된 몸짓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