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나태주 시 <원점>
오늘은 월요일
새로 일주일
여행을 떠납니다
오늘은 1일
새로 한 달 치
여행을 떠납니다
오늘은 1월 1일
1년짜리 조금은
긴 여행을 떠납니다
나태주, <원점>
우리의 시간은
하루, 한 달, 일 년이라는 단위로 나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순간순간은
정말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여행을 왔다는 생각으로 살면
삶이 조금 더 풍요롭고 뜻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늘 설렘이 따르잖아요.
"오늘은 어떤 걸 보고, 겪게 될까?"
하는 궁금함과 기대감에 여행을 할 때면
저는 늘 새벽같이 눈이 떠지거든요.
그리고
"오늘이 아니면 이 풍경은 다시는 못 볼지 몰라."
하는 생각에 여행의 순간순간에 더 집중하게 돼요.
매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낯선 곳에서 처음 마주하는 풍경을 대할 때처럼,
더 집중해서, 더 기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일상이 정말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시의 마지막 연을 읽는 순간,
제 마음이 잠시 멈췄어요.
언제나 무사히
한 바퀴 돌아
이 자리로 오게 하소서.
나태주, <원점>
이 짧은 기도 같은 시구절에서
저는 시부모님이 떠올랐어요.
저희 시댁은 대가족이에요.
그 많은 식구들이 여름이 되면
휴가를 맞춰서 함께 여행을 떠난답니다.
그런데 해마다 가던 여행을 못 가게 될 뻔한 적이 있었어요.
병원에서 시아버지가 6개월을 못 넘길 거라고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거든요.
하지만 시아버지의 삶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의사의 죽음 선고를 이기게 했습니다.
시아버지는 일상생활이 거의 힘들 정도로 편찮으시지만
저희 형제들은 휠체어를 끌고 아버지를 모시고
여기저기 여행을 떠납니다.
그게 벌써 5년이 지났네요.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을까?"
늘 조심스럽고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살아계신 동안
자식들 얼굴을 아버지께 많이 보여드리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고
기적처럼 주어진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올해도, 작년처럼
저희 가족은 한 바퀴 돌아
다시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함께 떠납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이 여행이 영원할 순 없다는 것을요.
그게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지금 함께 할 수 있음에 집중하며 감사하려고 합니다.
이런 마음이 감정이입되어서 인지
무사히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시인의 구절이
더욱 마음을 울렸던 것 같아요.
무사히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기도이자, 소망이며 희망이지요.
오늘도 저는
'오늘'이라는 짧은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내일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
또 한 바퀴 돌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은 자리에서
함께 웃을 수 있기를 조용히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