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벚나무 아래에서

자연의 섭리에서 느끼는 허무와 위안

by 희온

벚나무 아래에서


지난봄,

벚꽃은 그렇게 가득 피었건만

꽃이 진 나뭇가지엔 열매가 드물었다


모든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바람도 알고

햇살도 아는 듯했다


그래서 조금

괜찮아졌다


IMG_3237.jpeg 때로는 자연의 섭리가 위안이 된다





- 시를 위한 짧은 글


매일 같은 길을 산책하면서

지난봄에 꽃을 가득 피웠던 벚나무를 유심히 봅니다.


이제는 푸릇한 청년이 되어

초록 잎으로 제법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꽃이 가득했던 나뭇가지에

정작 버찌는 별로 열리지가 않았더군요.


한참을 찾아야 겨우 한, 두 개 눈에 띄었어요.


지난봄, 애써 꽃 피운을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잠시 씁쓸했습니다.


내가 한 노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결과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어요.


열매 맺지 못하고 사라져 간 저 수많은 꽃잎처럼

나도 떨어져서 사라져 갈 운명이고


이것이 '자연의 섭리'일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과 불안, 허무가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나만 열매 맺지 못한 게 아니라,

꽃도 그렇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꽃은 한 철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고 아름다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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