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저, 살아간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묵묵히 생을 이어가는 동물들

by 희온

불길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명


매일 아침 일요일,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TV 동물농장>을 꼭 시청한다.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크게 일고, 몇 주가 지난 어느 일요일.
<TV 동물농장> 제작진은 산불 피해 지역에 남겨진 동물들을 찾아갔다.


시커멓게 타버린 산과 들 사이,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한 동물들이 여전히 집을 지키고 있었다.


무너진 집들 사이를 살피던 카메라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 한 마리가 포착되었다.


눈에 불똥이 튄 듯 심하게 다친 고양이는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제작진이 건넨 사료를 망설임 없이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던 것이다.


뒤이어 절룩거리는 강아지가 나타났다.
네 발 중 하나에 화상을 입은 강아지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절뚝이며 걷고 또 걸었다.



아픔도 삶의 한 부분이다


상처 입은 동물들을 보는 것이 너무 안쓰러워
차마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 한쪽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 또한 삶의 한 부분이다.”


그들의 태도에서, 나는 삶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시력을 잃거나 다리를 다치면
좌절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 세상과 벽을 쌓는다.

삶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희망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저 동물들은 다르다.

배고프면 먹고, 아프면 쉬고, 다시 일어난다.


그들에게는 거창한 의지도, 사명도 없어 보인다.
다만, 태어났기에 살아간다.

고통 속에서도, 그들은 묵묵히 살아간다.



삶이란, 그저 살아가는 일



IMG_3597.jpeg 그저 살아간다, 희온 에세이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화마가 들이닥치기도 한다.


삶이 잿빛으로 변하고,
희망이 타버린 자리에 절망만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도
누군가는 묵묵히 살아간다.


동물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내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삶이란,
그저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덧)

지난 봄 산불이 나고 얼마 뒤

산불 피해 지역을 찾았을 때,

검게 그을린 산 위로

새로 자란 새순들이 보였다.


얼마나 다행스럽고 반갑고 대견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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