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면서 꾸준한 자기 계발과 운동을 병행하기는 참 힘들다. 유튜브엔 미라클모닝부터 퇴근 후 자격증 공부까지, 직장만 다니기에도 벅찬데 그 모든 걸 척척 해내는 이들이 정말 많다. 그 영상들을 보고 나도 계획을 세워 따라 하기 하루 이틀. 마의 3일째, 포기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본다. 그동안 이렇게 시작하고 끝낸 계획만 몇 개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괴감. "나는 그냥 평범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며 평소 보던 의미 없는 쇼츠와 예능 짤들을 보며 시간을 다시금 허비한다.
이렇게 반복되던 일상 속에서 내가 찾은 방법은 무언가를 할 때 '시간을 따로 내는 것'이 아닌, '붙이는' 작업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매일 운동을 조금씩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을 세울 때
'출근 전 러닝', '퇴근 후 헬스장'과 같은 계획들은 정말 바람직하고 멋진 계획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다가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겐 사실 쉬운 행동이 아니다. 하루 이틀, 처음 가졌던 열정으로 해낼 순 있으나 이걸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때 작심삼일러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무조건 해야 하는 일'에 '나의 계획'을 붙이는 것
아무리 게을러도 내가 맨날 해야만 하는건 바로 출퇴근이다. 살기위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폭풍우가 내려도 폭염경보가 떠도 출근 퇴근은 무조건 한다.
그래서 나는 '퇴근'에 '계단 오르기' 운동을 붙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층수는 17층. 퇴근하고 쭉 올라가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른 운동을 시간 내어하지 않는 게으른 나에게 퇴근 후 계단 오르기는 최적의 운동이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퇴근할 때 17층 계단을 한번 올라갔었는데 적당한 피로감, 쿵쾅쿵쾅 뛰는 심장박동, 17층을 다 올랐다는 뿌듯함과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퇴근 후 계속 계단을 오르다 보니 집에서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지 않은 날에도 계단 오르기만큼은 무조건 실천했다. 계단 오르기 운동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 날엔 집에서 홈트를 하며 다른 운동을 이어나가기도 하였다. 이렇게 나의 작은 계획 실천 루틴이 하나 생겼다.
어라? 다른 계획들도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하나의 루틴이 확립되자 다른 루틴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기존에 하다가 그만두었던 '매일 스쿼트 100개'하기. 이번엔 저녁 양치시간에 붙여보았다.
저녁 먹고 양치를 할 때 가볍게 스쿼트를 시작한다. 이때 중요한 건 매일 꼭 100개를 해야 한다고 나를 압박하지 말 것. 100개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담스러워서 시작도 안 하게 되는 게 나의 본성임을 알았기에 나의 뇌를 속이며 시작했다.
10개만 한번 해보는 건 어때?"
이렇게 10개를 시작한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그다음 또 내 뇌를 속여본다.
"딱 10개만 더하자-"
20개를 달성한 순간 30개를 채우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렇게 30개 40개.. 100개를 어느새 채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계획을 길게 가져가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이 일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내 뇌에 심어주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나약해서 뭔가 실행하기 위해 힘이 들 거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의욕이 미친듯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꼭 100% 달성하지 않아도 되니,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아주 작게 쪼개서 떠먹여 줘야 한다. 적어도 내 뇌는 그랬다. 물론 이렇게 하지 않아도 매일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기에 내 뇌를 속이고 달랬다.
정말 위 계획들을 매일 100% 달성할 필요는 없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으면 10개만 해도 된다. 근데 이상하게 10개를 하게 되면 20개를 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20개를 하면 30개까지만.. 하며 더 나아가고 싶어진다.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주 작은 성취감이 별거 아닌 듯 보이나 그 힘은 정말 크다.
계획을 실천하는 숨은 힘은 나에게 '지속적인 당근'을 주는 것.
이렇게 운동 루틴을 두 개 확립하고 나니 실천하고 싶은 계획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영어공부'. 나에게 평생의 숙제인 영어공부는 포기할만하면 다시 시작하고, 또 잊어버릴만하면 또 시작하게 되는 내 평생의 족쇄였다. 어차피 계속할 영어공부, 이것도 별거 아닌 듯이 지속시켜 보자고 생각한 건 바로 출근시간이었다. 출근시간이 1시간인 나는 매일매일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1시간을 무조건 보내야 한다. 이 1시간은 멍하게 보낼 때도 있고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하던 영화 대본 암기가 생각났다. 하루에 3 문장, 온라인 스터디를 진행하며 했었는데 결혼준비를 하면서 중단했었다. 이 대사 3개 외우기를 출근할 때 가볍게 해 보자고 생각했다. 대사를 외우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볍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연음이 잘 안 되면 연음 부분만 반복했고 중간에 싫증이 나면 중단하고 음악을 듣거나 딴짓을 하기도 했다. 근데 많은 양이 아니기 때문에 저녁에 아침에 중얼거렸던 영어 문장을 마무리해서 외우고 싶어졌다. 아침에 크게 노력하지 않고 중얼거린 것이 저녁에 다시 암기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대사를 정확하게 외우려고 공부모드에 몰입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금방 외워졌다. 이렇게 또 몇 번 대사 외우기를 실천하고 나니 이 루틴도 꾸준하게 하루의 일상 속에 확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매일 출근하면서 중얼거리며 이 루틴을 꾸준히 실천 중이다.
흔히들 좋은 습관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66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의지력이 약한 나에겐 이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게 느껴졌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직장에 가서 일도 해야 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또 하루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나만의 휴식시간을 꼭 확보해 줘야한다. 이런 나에게 어떤 습관을 정착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내 뇌를 속였고 달랬고, 매일 반복하는 행동에 계획을 붙였다. 이 방법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썼던 이 방법을 넌지시 아무렇지 않게 알려주고 싶다. 매일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너에게, 현실에 안주하는 것 같아 무기력함을 느끼는 당신에게. 너도 할 수 있다고. 습관 그까짓 거 별거 아니라고.
작은 습관은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습관이 매일매일 쌓인다는 건 작은 일이 아니다.
직장인이 무언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독기도, 끈기도 아닌 바로 '꾸준함'이다.
이미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당신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생했다고, 그리고 무언가를 할 때 반드시 완벽하게 100% 달성하며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충분히 실패해도 된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일들을 하고 있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당신은 멋지다. 우리 함께 아무렇지 않게 작은 실천들을 매일의 행동들에 붙여 완벽한 계획러가 되기보다는 꾸준한 성취러가 되어보자. 어느순간 작은 성취가 쌓여 단단해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