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머무르는 작은 방법
집에 앉아 있는데 이유 없이 시계를 자꾸 쳐다보게 되던 날이 있었다.
급한 일도 없으면서 괜히 초조해지는 마음을 알아차린 나는 예전에 선물 받은 인센스 스틱을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인센스는 제 몸을 태우면서 진한 향과 연기를 남겼고,
나는 마법같이 그 순간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마법이었다.
내가 있는 순간이 시간이 되었고, 조금 전까지 가망 없는 싸움을 하던 시간과 마침내 화해를 하는 기분이었다.
지구가 자전하는 시간이 살짝 빨라졌다고 인센스 스틱을 선물해준 친구가 말해줬다.
예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1분과 지금의 1분은 같지 않고, 앞으로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란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들만의 속도로 시간을 걷는다.
같은 한 시간이어도 누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그 길이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주와의 정렬을 나만의 속도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겠지.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불안이 마음속에 떠다닐 때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숨을 쉬는 게 좋겠다.
내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숨쉬기 운동만큼이나 좋은 것이 없다.
그래서 최근 한 달가량 명상과 이완만 주야장천 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그리고 바지런히 순간의 틈에 머무르고 싶었다.
9월을 그렇게 보냈다.
조금씩 바빠지고 무거워지는 가방을 짊어지고 10월을 맞이했다.
움츠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 내 안의 전등에 다시 불을 붙여봐야겠다.
걷다 지쳐있던 맨발에 바퀴 달린 새 신발도 신겨주고.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