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구석이 외로워 글을 끄적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잔잔하던 감정이 울렁인다. 기다리고 기대한다.
이유 없이 복잡해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남산에 다녀왔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색으로 물드는 단풍을 보며 가을의 한복판에 있음을 새삼 느꼈다.
오늘은 쉼 없이 가뿐하게 정상까지 걸어 나갔다.
이러다가도 어느 날은 남산을 오르는 발이 무거워 중간중간 쉬어가며 헐떡이는 때가 있음을 이제는 안다.
손끝에서부터 글을 끄적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텍스트가 무한대로 생성되는 기술이 글쓰기를 마비시킨다.
주기적으로 뜨겁고 축축한 무언가를 게워 내야 한다.
글이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정진하며 표현하는 것이겠지.
지리멸렬하고 불필요한 말들을 하지 않으려 한다.
담담하고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말들을 내뱉고 싶다.
밀려오는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보았다.
보고 싶은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지,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H의 기일이 이번달 말이었다.
역시나,
밀려오는 슬픔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겠지.
그의 기일을 일상에서는 잊고 있었다는 생각에 흠칫했다.
배경음악처럼 켜져 있던 H의 위로 수많은 선율과 박자가 얹어졌다.
그는 이제 나의 전부가 아니다.
작고 소중한 일부가 되었다.
고맙게도.
선물 받았던 어린왕자 책을 올해 초에 다시 읽었다.
어린왕자의 작은 별에 가고 싶다.
기다리되 조급해하지 않고 싶다.
하고 싶은 것도,
하지 않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멀리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