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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e Kim Jun 01. 2021

변화와 마무리 그 사이에서

2021년 5월의 마지막 날 자전거 타기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타고 다니고 싶다는 일념 하에 아주 가끔 자전거 타기 연습을 한다.

아직 내 자전거가 없어서 집을 비우는 옆방 친구 리사의 자전거를 빌려타는데, 이제껏 자전거를 타다 죽을까봐(진짜) 집 앞 한 바퀴 돌고 오는 게 다였다.


따뜻한 바람이 콧잔등을 스치는 5월 마지막 날, 다섯 시가 넘어갈 즈음 또 한 번 죽을 각오를 하고 자전거를 타러 집 앞 마인강으로 갔다. 주말부터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져 강가에 앉아있는 사람들 얼굴에 여유가 가득하더라.


강가에는 오후에 산책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아 정말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가끔 뛰는 왕복 3킬로 조깅 코스를 지나 저 앞에 보이는 다리까지 가고 싶었다.


하얗게 칠해진 나무를 따라가다 보니, 길의 끝은 어느새 인도로 올라가도록 연결되어 있었다.

거기서 서툴게 자전거를 멈추고 잠깐 주변을 둘러봤다.



마음속이 전쟁통이던 나의 작년 여름, 의도치 않게 쉼터이자 감옥이 되어준 병원이 바로 거기 있었다.

무의식 중에 밀어내고만 있던 곳을 제 발로 찾아오다니, 나도 일 년 새 많이 회복된 건가 싶더라.


다리까지 가고 싶었는데 그전에 멈춰야 했다.

대신 돌아오는 길은 훨씬 가벼웠다.

쌩쌩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나란히 옆 자전거와 속도를 맞추기도 했다.




오늘 8월부터 들어갈 새 집을 정했다.

그동안 여기 이 곳에 그대로 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남고 싶을지, 혼자 지낼지,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낼지 등 이런저런 생각에 골치가 아팠는데, 이번에도 운이 참 좋아서 감사하다.


옆에 있어줘서 든든하고 행복했던 동네 옆집 친구도 베를린으로 옮길 채비를 하고 있다.

기차를 타는 친구에게 행운을 빌어줬다.



3년 반 동안 프랑크푸르트에 첫 발을 내디딘 내게 기꺼이 집이 되어준 이 곳을 떠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

슬슬 짐을 싸고 앞으로 나가봐야지.




자전거를 타면 입가에 미소가 나타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집에 돌아와 자전거 사고에 대비해 책임 보험도 1년 치를 들었고, 매월 20유로를 내면 수리 서비스까지 해주는 자전거 구독 서비스도 신청했다.


자전거를 잘 타고 싶다.

머리 안 깨지게 헬멧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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