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그리고 오후 네시를 잊지 못하는 마음
2021년의 나머지 반,
사랑하는 너를 보낸 11월 28일 오후 네시 경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함께 만들어 갈 거라고 마냥 믿어왔던 세계는 속절없이 눈앞에서 잘려나갔으니까.
불에 태워보내 까만 재만 남긴 너를 담는 유골 단지를 고르러 간 날은 참 잔인했지.
피에타라는, 이름만으로도 아픔을 느껴야 했던 장의사의 사무실에는 여러 크기와 색상의 유골함이 진열되어 있었고,
그중에서 우리는 너에게 가장 어울릴, 그리고 네 마음에 가장 들 검은색의 단정한 유골함을 골라야 했다.
너를 보내는 기간은 참 적절하게 짧고도 길었다.
헬기를 타고 카셀 병원으로 이송된 지 딱 한 달 만에 너는 우리 곁을 떠났으니.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는 너의 병상 옆에서 오르락내리락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많이도 탔다.
넌 한 달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너의 곁에 있기엔 우리가 많이 지쳤을 거라 생각했겠지?
그렇다고 한 달도 안 되게 우리 곁을 떠나기엔 너도 우리도 많이 아쉬웠을 거야.
병상에서 의식이 거의 없이 누워있는 너의 손을 잡기 위해
너의 가족들과 카셀로 가던 길은
울음과 불안으로 가득 찬 채 속이 울부짖고 있었어.
그때만 해도 난 널 이렇게 보낼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
신기한 우연들이 우리에게 손톱만 한 희망을 매번 안겨줬으니까.
꺼져가는 불씨에 자꾸 마른 장작이 한 톨씩 얹어지더라.
카셀에서 묵었던 비앤비 호텔의 방 번호 519 너의 생일,
병원 주차장에서 주운 네 병동 의사의 지갑,
너를 보내기 며칠 전 내 꿈에 나왔던 너,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리 위에서 만난 양 떼와 양치기…
그래서일까, 너를 보내는 길이 더 힘들었어.
우리가 희망하던 결말과는 정 반대였으니까.
장례미사도, 묘지에서 너를 보낸 성대한 장례식도,
파빌리온에서 했던 너의 추모전도,
더 이상 네가 죽었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이 모두 치렀어.
그래서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건 아니야.
그저 현실이 냉정할 뿐이지.
나는 요즘 많이 안 울어.
내 몫의 슬픔은 마음속 저 깊이 가라앉아
몇 겹의 반창고와 거즈로 덮어두고 있어서 그런가 봐.
하루에 몇 번씩 네 생각이 나면
아득히, 그리고 마냥 애잔하고 슬퍼.
그렇다고 눈물이 줄줄 흐르진 않아.
근데 오늘은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지금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잠시 수면 위로 떠있나 봐.
흐르는 눈물을 거슬러 오늘 핸드폰 앨범을 열었어.
Favorites 앨범 속 너의 사진들을 많이 정리했어.
같이 찍은 사진들 빼고는 그냥 일반 사진 함에 들어가도록.
그렇게 하나하나 떠나보낼 수 있게.
나는 아직도 너에 대한 글을 쓰기엔 망설여져.
너와 친밀했던 순간들은 기억에서 아직 가시처럼 느껴져서,
그리고 나의 감정들이 아직 정리가 덜 된 것 같아서.
그래도 처음으로 너에 대한 글을 이렇게 올려본다.
많이 보고 싶어.
마지막으로 내게 전화해줘서 고마워.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