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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고운 Jul 12. 2018

7개월 아기와 여행 (1)

바캉스 in 속초 (1)

생후 만7개월이 되지 않은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가는 것은 분명 모험이다. 사서 고생을 하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우리 아기는 분유수유를 하므로 챙겨야 할 짐이 훨씬 많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캉스를 떠나기로 한 건 순전히 어른들을, 특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아기를 낳고 한동안 가지 못했던 여행, 긴 드라이브, 바다, 낯선 곳에서의 공기와 분위기, 이 모든 것이 너무나 그리웠다. 생후 4개월이 되었을 때 한 번 시도해보려 했으나 그때 아기는 밤에 2-3시간마다 깨서 수유를 해줘야 했기 때문에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이라고 해서 밤에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밤 중에 두 번만 먹이면 되었다. 조금 수월해졌다고 입으로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여행 갈 엄두가 난 걸 보면 분명 조금 더 수월해진 것은 맞다. 


처음에는 그저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에 괌이나 제주도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내 어마어마한 짐을 들고 비행기를 오르내려 렌트카까지 이동하고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어떤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내 돈 쓰고 육아만 하다 오는 고생길이 될 게 뻔했다. 게다가 렌트카에는 카시트도 없을텐데. 긴 이동시간동안 아이가 보채기라도 하면 달랠 재간도 없고. 우리는 우리 차를 이용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국내 육지, 그리고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한정했다. 마침 티브이에서는 속초 외옹치항 바다향기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군사 지역이라 50년 이상 민간통제구역이었다가 개방되었다는 말도 매혹적이고 드론샷으로 보이는 화면에 담긴 외옹치 위 새로 생긴 롯데리조트가 결정적이었다. 어차피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행이라면 리조트에서 쉬다 오는 것이 전부일텐데 괜히 비싼 돈 주고 먼 나라 가서 오래된 리조트에 머무는 것보다는 새로 생겨 보이는 저 리조트에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이의 컨디션이 다행히 허락해 주어서 예정대로 떠날수 있게 되었다.(근 한달간 감기로 컨디션이 오르내리락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짐은 한보따리. 분유포트, 젖병, 노리개, 열탕소독집게, 분유 한캔, 보온병, 아기 물놀이용 장비들, 기저귀 잔뜩, 여벌옷 잔뜩, 아기가 보챌 때를 대비한 장난감, 과자, 그리고 우쿨렐레. 여기다 어른 두 명 분의 짐까지 챙기니 흡사 이사를 가는 수준. 새벽같이 일어나 아기 수유하고 이유식도 먹이고 짐을 챙기고 출발준비를 하는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어찌저찌하여 출발하니 마침 출발일이 일요일이라 속초 양양 고속도로에는 서울행인 반대편만 막히고 속초행은 훤히 뚫려 있었다. 



도착하니 로비에는 체크인을 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인기가 좋은 리조트일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일요일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실제 해방 이후 처음 개방한다는 외옹치에 딱 들어선 이 리조트는 동쪽빼고 사방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 어디서든 바다를 볼 수 있다. 7층으로 방을 배정받고 올라가 문을 여니 과연, 한 눈에 들어오는 바다 광경이 인상적이다. 우리 방은 북향이라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해수욕장이 보이고 그 앞에 있는 작은 섬 조도가 바로 한 컷에 들어오는데, 이 조도 덕분에 뷰가 더욱 운치있어졌다. 여행가서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종종 '여기에 살고 싶어' 병이 도지는데, 여기는 도착한지 일 초도 안 되어 재발했다. 여기가 우리집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말하자 남편이 웃는다. 




짐을 풀고 인근 대포항으로 가서 저녁에 먹을 것을 사기로 했다. 몇 달 전부터 대게가 먹고 싶었으므로 사실 메뉴는 이미 정해졌는데, 대게를 한마리 구입하고 남편이 즉홍적으로 복어회를 한마리 구입한다.  

"복어? 먹어봤어?"

"한 번."

"복어에 독있잖아. 잘못하다 죽는 건 아니겠지?"

"먹어봐, 맛있어."

확실히 싱싱하고 힘이 좋은게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절하지 못할 유혹이겠다 싶다. 그리고 그 큰 복어에서는 거짓말처럼 작은 양의 회가 나왔다. 한 입 먹어보니 맛이 오, 광어의 식감이나 생각하던 내게 이 식감은 또 다른 세계이다. 

"쫄깃쫄깃하니 뭔가 지금까지 먹어본 회랑 다른데?"

"그치? 복어가 머리를 치고 나면 양이 얼마 안돼요. 그래서 회를 이렇게 얇게 뜨는거야. 귀한 회라고."

"뭔가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아귀회랑 비슷할 거 같아. 아귀도 머리가 절반 이상이잖아. 왠지 생긴게 비슷한 류일거 같고."

"그러게. 왠지 그럴거 같아. 나중에 기회되면 아귀회도 한 번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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