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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고운 Jul 02. 2019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얼굴의 좌우 대칭이 맞지 않다고 느낀 것은 고등학생 무렵이었다. 그때는 그냥 원래 이렇게 생긴 거겠거니 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신체의 좌우대칭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십여년이 지나서였는데, 어느날 걷는데 골반이 상당히 뒤틀려 있는 게 느껴진 것이다. 걸을 때마다 오른쪽 골반에서 뼈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살짝 났다. 그러고 보니 아래턱을 좌우로 움직일 때는 왼쪽 아래턱이 걸렸다. 거울을 볼 때마다 상의가 항상 오른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무의식 중에 왼쪽 승모근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덕분에 왼쪽 어깨가 늘 올라가 있었으며 덕분에 가슴도 물론이고 늘 상체의 왼쪽이 위로 비틀려 올라가 있었다. 상의를 입어도 내가 원하는 맵시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자세 교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난 이후다. 임신을 하고 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선명해진 임신선으로 인해 내 신체가 좌우 불균형임을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임신선은 왼쪽으로 치우쳐 있었고 무거워진 배로 인해 걷기가 힘들어지면서 오른쪽 골반이 더 뒤틀렸기 때문인지 오른 다리가 훨씬 자주 저렸다. 이래서는 안되겠는걸, 정말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겠어,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정신없는 출산과 육아, 그리고 복직으로 인해 뭔가를 해 볼 생각은 엄두도 안 났다. 헬스장이나 수영장을 다니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잠을 자는 편이 더 나았다.


내가 몸 상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소홀히 하는만큼 이 몸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 예전에 몸 쓰던 방식으로 돌아갔다. 왼쪽 어깨는 점점 더 올라갔고 상체와 하체는 정반대로 짝짝이가 되어갔으며 전체적으로 뒤틀린 골반과 척추들 덕분에 얼굴의 좌우 비대칭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눈썹 높이는 완벽히 맞지 않았고 오른쪽 얼굴이 왼쪽 얼굴보다 더 넓었으며 코는 휜 채로 여전했다.(때로는 더 휘어보였다) 어깨를 풀어주겠다고 혼자 마사지를 하면 늘 왼쪽만 훨씬 욱신욱신 쑤셨다. 책상다리를 하다 일어나면 늘 저려왔던 오른쪽 다리는 점점 그 정도 심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좀 더 절박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발견한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은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은 정말 '제대로' 앉는 법, '제대로' 걷는 법, '제대로' 서는 법에 대해서만 한 권 내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늘 앉고, 걷고, 서고, 눕지만 어느 누구도 '이렇게 하는 것이 제대로 걷는 법이다'라고 말하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저 사람이 걷는 방식, 서는 방식, 앉는 방식을 통해 저 사람의 정체성 혹은 성격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뿐이다. 그 모든 자세들이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자세를 취하는 것이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지나친 오지랖으로 보일 뿐이다. 감히 '제대로 좀 걸으세요' 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목 디스크를 염려해서라도 거북목 정도는 그만 두라 지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책의 저자는 본인 스스로 1년간 자세교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동안 자신이 몸을 써왔던 방식을 고찰하며, 그와 더불어 자신의 가져왔던 마음가짐, 삶의 방식까지 전체적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자세는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너무 쉽게 접근가능하여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고 근본에 가까운 결과다. 이 때문에 저자는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자기관리'라고까지 말한다. 이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한 신선한 충격이 이 책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게 만들었는데, 아직까지도 나 역시 '바른 자세가 최고의 자기관리'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 개념을 접하기 전에는 자기관리라면 자기계발 정도, 그러니까 좀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좀 더 본받을 만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좀 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자기관리와 더 가깝다고 생각해왔다. 반면 이 개념을 접하고 나서는 역시, '자기관리는 바른 자세'가 된 것이다. 자세는 우리가 각자 몸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단 한순간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고, 이 몸을 제대로 가누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의식을 하며 지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머리는 풍선처럼 하늘로 높이 띄우고, 귀는 고양이처럼 뒤로 쫑긋 세우고, 척추는 머리라는 풍선을 매달아 놓은 실처럼 길게 늘어내리고, 팔과 다리는 최대한 힘을 빼고 축 늘어뜨리고, 엉덩이엔 꼬리를 달아놓은 듯 힘을 주어 걷고 앉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바른 자세의 기본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쉬워보일지라도 막상 해보면 어렵다. 어렵지 않다면 이미 바른 자세를 가진 사람으로서 훌륭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자처럼 이런 자세를 하루에 1분, 3분, 5분 이런식으로 조금씩 늘려가보길 추천한다. 기본적으로 자세가 바르게 되면 골반 비대칭이나 얼굴 좌우 불균형 문제는 뭐랄까, 좀 더 신경이 덜 쓰이지 않을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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