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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Jun 06. 2023

책상 정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기 전 책상 정리를 합니다. 제가 주로 글을 쓰는 곳은 컴퓨터 방이에요. 첫째가 쓰던 방이죠. 아이가 방학 때 오면 비켜줘야 하지만 지금은 제가 맘껏 사용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으니 지저분한 책상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보통 컴퓨터를 켜고 나면 습관적으로 블로그 이웃님들의 새로 올라온 글을 몇 편 읽게 돼요. 오늘 아침에는 티티새님의 '하루 의미 있게 시작하기 위한 단 하나의 행위'라는 글을 읽었어요. 티티새님은 하루를 의미 있게 시작하기 위해 매일 아침 걷기로 시작하신다고 합니다. 또 '타이탄의 도구'라는 책에서 아침 이불 개기가 성공적인 인생의 출발점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해 주셨어요. 예전 읽어본 책인데요, 저도 마찬가지로 되도록이면 아침에 일어나면 가정 먼저 이불을 먼저 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물론 주말에는 그 이불이 더 늦게 개지는 한답니다.)


 이불을 개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컴퓨터를 켜려는 순간 어지러운 책상이 눈에 띄어요. 휴일 둘째가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어요. 과제한다고 인쇄한 A4용지가 널브러져 있고 맛있게 드신 과자봉지도 있네요. 그리고 첫째가 기숙사에 들고 간 선크림과 토너의 종이 케이스는 모니터 옆에 방치되어 있구요. 한 달이 다 되도록 내버려 뒀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용한 샤프, 메모지, 책들이 작은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잠깐 정리를 했어요. 쓰레기도 버리고 책도 책장에 정리하고 말이죠.


 이 방에는 2개의 책상이 있어요. 하나는 컴퓨터가 놓인 책상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그냥 공부용 책상입니다. 그리고 책상 건너편 벽으로 아이들 초등학교 때 큰맘 먹고 마련한 한샘 책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버리는 것도 큰 맘을 먹어야 하지요.) 책장에는 아이들 책과 참고서, 제 책들, 그리고 아이들 어릴 적 추억의 파일들과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앨범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매일 상주하지 않는 방이라 요즘은 책도 제 자리에 정리하지 않아 엉망으로 꽂혀있어요. 이것의 주범은 주로 저입니다. 오늘 아침에야 '연휴에 책 정리 좀 할걸' 생각했어요.


책상 정리하면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니 공원에 안개가 피어납니다. 회색 안개에 잠긴 도시의 모습은 흡사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첫째는 이 방에서 보는 하늘이 멋있다고 얘기하곤 했지요. 오늘처럼 아침 풍경도 좋지만 특히 여름철 해 질 녘 풍경이 더 압권이랍니다. 어쩌다 공원에서 불꽃놀이를 하면 이 방에서 아이들과 옹기종기 구경하기도 했답니다. 


 방학이 되어야 주인을 맞이하는 이 방은 첫째가 오기 전날 대청소를 합니다. 평소에는 청소기만 간신히 돌려요. 한 달 동안 아침 6시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비몽사몽 마주한 방이었는데 오늘 아침엔 좀 더 글쓰기 좋은 방으로 꾸며보고 싶다고 했어요. 언젠가 아이들이 독립을 하게 된다면 하나의 방을 제 방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제 삼성플라자에서 보고 온 하얀 올인원 컴퓨터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본체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 눈에 밟힙니다.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는 첫째의 게임용 컴퓨터예요. 그래서 키보드도 타닥타닥 소리가 많이 납니다. 지금 이 새벽에 글을 쓰면서도 아랫집에 좀 죄송해요. 


아들이 나중 독립하면 지금의 컴퓨터는 내어주고 저는 하얀색 심플한 컴퓨터를 들이고 책상도 좀 중후한 책상으로 바꿔보고 말이죠. 아이 어릴 적 달아준 유리창의 민트색 블라인드도 나무색으로 바꾸고 책장의 책도 시집은 시집대로 가지런히 꽂아놓고, 다른 책들은 좋아하는 작가순으로 정리해서 서재를 꾸며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련한 백열등 불빛의 조명도 달고 말이죠. 이렇게 꾸며 놓으면 카페 가서 책 읽는 것보다 집에서 책 읽는 시간이 더 좋아질 것 같아요. 그러면 글도 덩달아 술술 써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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