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내려놓아요

by 산호


평소 걱정이 많은 편이다. 며칠 전 춘천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휴게소에 한번 쉬어간다면 춘천 외곽에 있는 곳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왕복 4시간을 운전해서 다녀와야 하는 길이라 며칠 전부터 계속 날씨 체크를 했었다.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오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고 오후부터 폭우가 예상되고 산사태에 주의하라는 안전 문자가 계속 오는 것이 나의 걱정을 더 부채질했다. 지난주 연수를 다녀오면서 운전 중 계기판을 확인하다가 실수로 가벽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는데 조수석 쪽 타이어 가장자리가 살짝 파였다. 설마 했는데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타이어 4개를 교체했다. 운전하면서 이런 일이 있으면 더욱 겁이 많아진다.


걱정은 어려서부터 많았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항상 변수까지 디테일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매사 일도 남에게 맡기면 걱정이 되어 내가 직접 하는 편이다. 아이들 어릴 때는 놀이터에서 논다고 하면 혹시나 아이들이 다칠까 봐 놀이터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지키고 있었다. 아파트 놀이터라 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하면서 기다려도 되는데 항상 내 눈앞에 아이들이 보여야 안심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걱정도 있었지만 내 마음속에 불안도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신혼 초부터 남편은 격일근무를 했다. 근무하는 날은 꼬박 하루를 집을 비운다. 밤에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처음 교육복지사로 학교에 들어간 지 2년 차에 주말 체험활동을 나간 곳에서 학생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외부기관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체험활동 중이었다. 흰색 손수건에 나뭇잎을 고무망치로 두들겨 물들이는 작업이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고무망치로 나뭇잎을 두들기는 사이 한 학생의 고무망치가 튕겨나가면서 반대편 아이 안경을 깨뜨렸다. 깨진 안경 조각이 아이의 눈 망막에 스크래치 냈다. 급하게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지역 병원 응급실에서는 안과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고 급하게 원주병원으로 향했다. 역시 주말이라 응급실 입구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다 늦은 밤 진료를 받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술이나 다른 처치는 없이 안약만 처방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확대경으로 아이의 망막에 난 상처를 보여주며 아이가 나중에 심할 경우 실명할 수도 있고 외부활동 시 눈부심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이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 안과 진료를 받았고 모두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호전되어 지금은 잘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 부모님이 보험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했고(구상권이라는 어려운 말도 이때 처음 알았다.) 체험기관에서는 담당자에게 물어내라고 했고 나는 나대로 학교에서 아이 부모님의 민원을 감당해야 했다. 아이의 병원 진료는 6개월간 이어졌고 걱정 많은 나는 6개월 동안 힘든 날을 보내야 했다. 학교에서도 체험을 기획한 것은 나이기에 모든 것이 내 책임이었고 내가 해결해야 했다. 고민이 있어도 마음속으로 삭이는 나는 남편에게만 의논하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아이의 눈에 후유증 없이 빨리 낳기만을 기도했고, 밤에는 불안한 마음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6개월 동안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나와 부모의 바람이 통했는지 아이의 눈은 건강하게 회복했고 나는 직장 생활의 호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춘천에는 잘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비는 많이 왔지만 터널이 많은 양양고속도로는 길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빗길 속 긴장하며 운전하다가 터널에 진입하면 한 템포 쉬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염려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걱정했던 일들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동안 걱정을 달고 살았다. 정말 사서 걱정을 했다. 오늘은 무슨 걱정을 했나 생각해 보니 오늘은 다행히 걱정한 일은 없다. 그동안 걱정하면서 불안해하며 흘려버린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육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건강도 중요한 시기, 걱정은 내려놓고 오늘 아침 꽃마흔님의 말씀, 긍정적인 말만 사용하도록 해야겠다. 또 다른 말씀 데일 카네기의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새기며 걱정하는 미래 대신 밝고 긍정적인 미래가 오고 있으니 맑은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photo-1572492887328-4d2ecd6375cc.jpg?type=w773

© debbieducic, 출처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기타 선생님은 열다섯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