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호 Sep 11. 2023

8월 아티스트 데이트 바우지움조각미술관


한 달에 한 번 내 안의 창조성을 일깨우고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고 있다. 6월부터 시작한 아티스트 데이트는 매달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시간까지도 설렘으로 다가온다. 8월 마지막 날 근처에 있는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을 다녀왔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직장에서 10분 거리로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퇴근과 동시에 미술관으로 달렸다. 미술관 가는 길은 한화콘도를 지나 미시령 쪽으로 올라가다 오른편 고성길로 빠진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지만 그 구름마저도 아름다웠다. 가는 길에 잠깐 울산바위도 만나고, 또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니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은 길이었다. 









퇴근하고 미술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정도였다. 미술관 앞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파란 하늘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입구에 서니 자연히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미술관은 2015년에 개관을 했으니 벌써 지어진 지 8년이 지났다. 그동안 미술관 다녀온 분들이 하나같이 "한번 가봐, 너무 좋아! " 하는 말을 들으면서 다녀와야지 한 것이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 사실 몇 년 전 미술관을 찾아왔지만 근처에서 찾지 못하고 돌아간 경험이 있다. 오늘은 네비를 켜고 잘 찾아왔으니 다행이다. 관람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조급했다. 









첫 전시관의 조각상을 관람하고 야외로 나오니 물의 정원이 펼쳐졌다. 오전에 왔더라면 설악 능선이 더 잘 보였을 것이고 울산바위도 선명하게 보였을 것이다. 오후 햇살로 설악산은 그냥 거기 있구나 정도로 느끼고 아담한 물의 정원을 잠시 감상하고 다른 전시관으로 향했다. 







또 다른 전시관은 김명숙 조각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왼쪽 사진은 얼굴을 표현한 작품들인데 선이 아름답고 위트 있다. 이 전시관의 특징은 중심에 중정을 만들어 그 위로 하늘을 들여다 놓은 것이다. 회색 건물과 파란 하늘의 조화가 눈부셨다. 작품도 훌륭했지만 이곳에서는 하늘을 더 많이 올려다본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작품들. 꿈꾸는 소녀의 수줍은 모습, 삶을 즐기는 여인과 꿈의 한 자락을 표현한 작품, 곡선과 각진 부분들이 어울려지는 작품들. 미술을 잘 모르지만 조각상들이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모습들이 인상에 남았다. 









김명숙 조각가의 전시관을 나오면 바로 뒤편으로 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보는 하늘은 더 장관이었다. 평일 오후라 관람하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미술관을 혼자 대관한 느낌이 들었다. 초록빛 잔디밭 한편으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잠시 하늘 풍경에 빠져본다. 좀 여유롭게 왔다면 이곳에서 커피타임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맑은 가을 하늘이다. 흘러가는 구름을 한없이 쳐다본다. 들리는 새소리도 귀에 담고 잠시 머무는 바람도 느껴본다. 미술관에 오면 어떤 곳은 실내 전시실보다 야외정원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 정원의 의도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게 하는 미술관 설계자의 의도가 잘 구현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잠시 앉아 쉬고 있으니 머릿속 어딘가 맨 밑바닥에 저장돼 있던 기억이 불현듯 솟아오른다. 이런 초록빛이 과거의 기억 속에도 있었다. 젊은 시절 초록 잔디밭을 따라 산책하던 과천 미술관이 떠올랐다.  20년이 훨씬 지난 시간이지만 아마도 초록 잔디로 기억하는 것으로 봐서 오뉴월에 다녀왔던 것 같다. 미술작품은 기억이 안 나지만 싱그럽고 푸릇푸릇했던 잔디밭 길의 추억이 남아있다. 시간이 지나도 살아나는 기억, 이곳에서의 기억도 언젠가 추억할 날이 있겠지 싶어 눈앞에 풍경을 잘 담아 놓는다. 









조각미술관을 다 구경하고 이제 카페로 가본다. 카페로 가는 길도 아기자기 이쁘게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보랏빛 쑥부쟁이 가득 핀 정원 뒤로 흙으로 빚은 여인 조각상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저런 여유 이제 가질 나이가 되었는데 왜 못 부리고 사는 걸까? 마음의 여유는 그냥 가져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내가 일부러 가지려고 노력하고 연습해야 가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품고 가을이 오고 있는 정원을 걸어갔다. 







미술관 카페도 멋진 공간이었다. 입장표를 직원에게 보여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부탁했다. 좋은 공간에 오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제일 먼저 가족이 떠오르고 다음 지인들이 떠올랐다. 사실 지인과 함께 오면 더 신나고 재미있었을 것 같지만 아티스트 데이트로 먼저 만나는 시간도 행복했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예술의 세계, 특히 조각의 세계를 접해 보았다. 홀로 산책하며 만난 아름다운 여인 조각상들과 유독 파란 하늘이 많이 기억될 것이다. 가을이 더 깊어져 설악에 단풍이 곱게 물들면 근처 화암사도 들렸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을 다시 찾아오리라. 그때는 가족과 함께 찾아와 더 천천히 머물렀다 가려한다.




우리 자신과 연애하고, 우리 자신에게 구애하며, 새롭거나 역사적인 장소들을 탐험하는 이 아티스트 데이트에는 보통 한 시간밖에 안 걸린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아티스트 데이트를 할 때 기울인 노력만큼 그 시간은 매우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이 될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_줄리아 카메론>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계절을 들이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