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제 기적의 도서관에 다녀왔다. 우리 집 고삼이는 방학 중에도 자율학습에 참여하므로 아침 8시,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곧바로 미시령 고개를 넘어 인제로 향했다. 계획은 9 to 5, 9시부터 5시까지 독서에 빠져보는 것이다. 도서관까지는 가는 길은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오랜만에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들어 콧노래까지 절로 나왔다.
박인환 문학관 옆에 자리한 기적의 도서관은 외관으로 봤을 때는 크게 감흥이 없었다. 원형으로 된 건물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이곳이 말로만 듣던 기적의 도서관이라고.' 순간 살짝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웅장한 규모의 도서관에 압도당했다. 내가 이용하는 지역도서관과는 차원이 달랐다. 휘둥그레진 눈을 진정시키고 우선 도서관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다녀온 분들이 그렇게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도서관을 둘러보고 우선 오늘 머물 자리를 정했다. 계단식 자리는 너무 개방형이라 구석진 곳을 찾아보았다. 서가가 진열된 2층 구석진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신간을 구경하며 읽을 책을 골랐다. 그리고 사서선생님께 독서대를 빌려서 찜한 자리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보니 노트북과 태블릿도 대여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인제군민만 해당된다고 한다.
오전에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간을 읽고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소설을 조금 읽었다. 오랜만에 책에 푹 빠져 3시간 가까이책을 읽었다. 12시쯤 출출해져서 근처 식당에 콩국수를 먹으러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하루키의 소설을 마저 읽었다. 오후가 되더니 점점 날이 어두워져 책이 잘 안 보여 창가 쪽에서 계단 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소설을 다 읽고 도서관을 다시 둘러보았다. 도서관에는 책을 읽는 어르신도 계시고 시험준비를 하는 청년들도 있었고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도 있었다. 자세히 보니 1층 안쪽으로 소파도 있었다. 소파에 앉아 바라보는 창밖 경치가 참으로 좋았다. 인공으로 조성된 정원인데도 초록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맘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조금 앉아있으려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도서관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비 내리는 소리가 정말 크게 들렸다. 후덥지근한 여름날, 소나기는 보기에도 듣기에도 시원하게 쏟아졌다.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 오는 날에 와도 참 좋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정신없이 내리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그쳤다. 아쉽지만 나도 돌아올 시간이 되어 발길을 돌렸다. 9 to 5 독서계획도 완료했다.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도 좋아하지만 기적의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든 설레고 반할만한 도서관이다. 고삼이 덕분에 여름피서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피서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이름하여 도캉스! 유독 여윤이 길게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