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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Jun 24. 2022

고딩 육아 중!

어제는 퇴근 무렵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아이 학원에 데려다주고 부리나케 장을 봐서 저녁을 하던 중 당근 알람이 울렸다. 


며칠 전에 올려두었던 김치냉장고 딤채통을 누가 보고는 살 수 있는지 톡이 왔다. 8시 20분에는 아이를 데리러 다시 학원에 가야 하기에 8시까지 오신다면 가능하다고 톡을 하고 정신없이 제육볶음을 만들고 가지를 구웠다.


그 사이 아이가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못 본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대로라면 당연 8시 반에 끝나는 줄 알았다. 당근 나눔 하러 나가려는 사이 아이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엄마"

"어, 집이야. 당근 연락 와서 당근하고 출발하려고."

"엉?"

"왜?"

"내가 7시 50분에 끝난다고 문자 보냈는데?"

"어, 문자를 못 봤어. 미안, 어떡해?"


신경이 곤두선 아이는 비도 오는데 당근 다음에 하고 빨리 오라는데 얼른 주고 간다고 달랬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차피 차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서 차 안에서 당근 오시는 분을 기다렸다 전해주고 막 출발하려는데 차가 이상했다. 금방까지 괜찮았는데 성애가 끼고 자동차 전원이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것이 차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상황설명을 하고 아이에게도 택시를 타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우산이 없는 아이는 엄청난 비를 맞으며 택시정류장까지 갔으나 택시를 잡지 못했고 게다가 지나가는 차가 물벼락을 튀겨 옷이 다 젖고 말았다고 한다. 


근처에 있던 남편이 와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고 나는 남편 차로 얼른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한눈에 봐도 화가 많이 나있는 아이는 차에 타더니 한마디도 안 하고 저녁도 먹지 않더니 오늘까지 냉전 중이다.


당근에 차 고장까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겹쳐 아이가 많이 속상해했다. 아이들을 20년 가까이 키워오지만 육아는 아직도 힘들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맘을 풀어줄지 하루 종일 고심하며 지냈다. 토라져도 1시간이면 이내 풀었던 아이인데 엄청 화가 났다보다. 아이도 나처럼 오늘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생겼길 바라며 퇴근을 한다. 부디 우리 화해하자! 얼른, 엄마가 미안해. 이제 당근보다 우리 딸 먼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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